국제전기기술위원회 준회원 자격 5년간 정지
미사일 발사·호화 유람선 등 막대한 지출과 대조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전기·전자 관련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국제기구에서 준회원국이던 북한이 2년째 연회비를 내지 못해 자격이 정지됐다.
21일(현지시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따르면 지난 3월 IEC 총회에서 북한 국가위원회 준회원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준회원국인 북한에 2023년 청구됐던 연회비는 2만2천300 스위스프랑(3천489만원)원으로 파악됐다. 2022년에도 비슷한 액수의 연회비를 못 낸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약 7천만원의 회비를 내지 않아 회원 자격이 정지된 셈이다.
연회비 미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격 정지는 최대 5년간 이어질 수 있고 그 이후에도 미납하면 회원국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EC는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협력하며 각국의 전기·전자 관련 분야 규격이나 표준 사안을 조정하는 국제기구다.
세계 각국은 전기·전자 분야 국제표준 업무를 두고 자국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IEC의 국가위원회에 회원국으로서 활동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89개국이 회원국이다.
회원 자격은 표준 관련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시행하는 표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핵심적인 권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자격 정지는 사실상 북한 측의 IEC 표준 관련 활동 자체가 중단됐다는 의미다.
정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 6개 상임이사국은 올해 기준으로 연회비가 95만2천100 스위스프랑(14억9천여만원)이다. 정회원국인 한국은 16만6천500 스위스프랑(2억6천여만원) 정도를 연회비로 낸다.
1기에 10억원 이상이 드는 단거리 미사일은 수시로 발사하는 북한이 수천만원의 IEC 연회비를 2년 연속 내지 않아 자격이 정지당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IEC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소유한 호화 유람선이 강원도 원산 전용 별장 앞 바다에서 운항 중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는 보도 역시 이번 연회비 미납과 대조된다.
북한의 자격정지 결정을 북·중 관계와 연결 짓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잉비야오슈 전 IEC 사무총장이 재임 중이던 2022년에는 미납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다가 벨기에 출신 사무총장이 부임한 뒤인 올해 들어서야 자격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자국 이해와 맞는 표준 결정을 위해 '우호적 한 표'를 가급적 많이 확보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북한의 연회비 미납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끝내 자격정지 결정을 두고 본 모양새다.
이런 정황에 비춰보면 올해 들어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분야로까지 협력을 확대하며 밀착한 점 등을 불편해하던 중국이 국제기구에서 북한에 대한 '후견'에 발을 빼면서 이번 자격정지를 방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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