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 해제 시점은 미정…22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
미 국무부, 여행 경보 4단계 상향 조정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이 정책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당국이 통행 금지령을 연장하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금요일 밤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내렸던 통금을 당분간 연장하고, 22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해 긴급 서비스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정확한 통금 해제 시간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만 통금을 일시적으로 풀기로 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후 늦게 열리는 이번 정책에 대한 대법원 심리를 대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근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정책이 추진되면서 전국적인 대학생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18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를 추진했지만, 이 제도는 당시 대규모 대학생 반대 시위로 폐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은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지 결정을 무효로 했다. 대법원은 고등법원 결정에 대한 최종 판단을 이날 내릴 예정이다.
대학생들은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내린 것이지만 사법부는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달해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정부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아 매년 공직 3천자리에 약 40만명의 졸업생이 응시할 만큼 인기가 많다.
하지만 하시나 총리는 반대 시위대를 독립 전쟁 당시 파키스탄 군과 협력한 라자카르 군에 비유하면서 노골적으로 할당제 부활을 지지해 시위대의 공분을 샀다.
결국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 시위대가 전국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영 방송사와 경찰서 등 주요 정부 시설에 불을 질렀으며 다카주 나르싱디 지역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수백명을 탈출시키기도 했다.
또 이번 시위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가하고 있으며 할당제 폐지를 넘어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방글라데시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경찰이 실탄을 사용하고 이전부터 군대가 배치돼 시위대를 공격하고 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했으며 지난 19일부터 통금을 발령하고 군대를 배치한 상황이다.
이번 시위로 인한 공식 사상자 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AFP통신은 주요 병원을 통해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 16일 이후 지금까지 15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시위가 격화하면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일 방글라데시에 대한 여행 경보를 4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미국 시민들에게 방글라데시로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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