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마을서 주민·사제 당선 기원…"'자메이카 혈통강조' 해리스엔 덜 열광"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대선 정국에서 인도 혈통 인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들의 조상이 살던 인도 시골 마을 주민과 힌두교 승려 등이 경쟁하듯 연일 당선 기원 기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모계가 인도 혈통이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의 부인인 우샤 칠루쿠리 밴스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AFP통신, AP통신 등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해리스와 우샤의 조상 뿌리가 있는 인도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잇달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의 외할아버지 P.V. 고팔란의 고향인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툴라센드라푸람 마을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다음 날인 지난 22일부터 해리스 당선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시작됐다.
이 마을 힌두교 사원 수석 승려인 M. 나트라잔은 "우리가 기도했고 그는 부통령이 됐다"며 "우리의 모든 강력한 신의 축복 덕분에 이제 그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을 입구에는 해리스 부통령의 웃는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이 걸렸고 사원에도 해리스 부통령 사진과 기도와 관련한 여러 장식이 배치됐다. 해당 사원은 진리와 정의의 힌두교 신인 다르마사스타를 모시고 있다.
해리스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등 외가 혈통을 꼽는 등 인도와의 인연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우샤의 조상 마을인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바드루루의 힌두교 사원에서도 밴스 의원의 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기도가 진행 중이다.
이 사원은 19세기 힌두교 성자 사이 바바를 모시고 있으며 우샤 가문이 한때 소유한 적이 있는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사원의 승려 수브라만야 샤르마는 "우샤의 축복을 빈다"며 "우리 승려들은 우샤와 그의 남편을 위해 특별한 기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상 고향 마을의 분위기는 이처럼 뜨겁지만 정작 해리스 부통령과 우샤는 지난 몇 년간 인도에 자주 시선을 돌리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1년 1월 현 직위에 오른 후 한 번도 인도를 방문하지 않았고, 우샤 또한 단 한 번도 해당 조상 고향 마을을 찾은 적이 없다.
특히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흑인 아버지를 둔 해리스는 미국 정가에서 인도 혈통보다는 자메이카 출신이라는 점을 더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윌슨 센터의 남아시아연구소장인 마이클 쿠겔먼은 AP통신에 "해리스는 인도 뿌리 대신 자메이카 유산 강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해리스의 미국 대권 도전 유력 소식에도 불구하고 인도 현지의 전반적인 반응은 조용한 편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타밀나두주 정치평론가 수만스 라만은 해리스가 미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을 때는 흥분한 분위기가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크게 열광하는 분위기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자와할랄네루대의 해피몬 제이컵 교수도 "인도인들이 해리스를 볼 때 인도 출신이라기보다는 미국 관료로 여기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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