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투표 앞두고 유세 종료…여론조사 결과 천차만별 '안갯속 민심'
국제사회 "양측 모두 결과 승복해야"…美 제재 향배도 관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대표 반미(反美) 국가로 지목되는 베네수엘라에서 6년간 국정 운영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오는 28일(현지시간) 치러진다.
3선에 도전한 좌파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결집한 중도우파 야권 측 후보의 정면 대결 속에 막판까지 누구도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종 카운트다운 단계를 맞았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25일(현지시간) 공식 선거 유세를 종료하고 투·개표소 운영을 위한 최종 확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총 10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선거판은 일찌감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계 최고 거물이었던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후광을 업고 3선에 도전하고 있다.
11년째 집권 중인 그는 '차비스모'(Chavismo) 지지자들의 조직적인 선거 운동을 기반으로 '승기를 굳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차비스모는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를 통칭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북부 아라과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지금 우리는 야만적 자본주의의 괴물에게 문을 열 때가 아니다"라며 "국민 여러분은 평화로운 선거를 통해 저와 함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연설 동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도 게재했다.
미국 정부를 '제국주의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그는 미국의 광범위한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유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이웃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에 대한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민주야권 측은 차베스 전 대통령으로부터 25년간 이어져 온 좌파 정권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교체하기를 벼르고 있다.
감사원과 대법원으로부터 피선거권 박탈(15년) 결정을 받은 민주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를 대신해 출사표를 던진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는 '변화와 통합'을 기치로 민심을 결집하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마차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유세 과정에서 "구원을 바라는" 필부들의 강력한 지지세를 확인하며 여당에 "공포를 안기는"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등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으로서 마두로 퇴진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베스 정부 각료 출신으로 정부 비판을 하다 망명길에 오른 안드레스 이사라 전 통신부 장관은 NYT에 "차비스모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제안을 중심으로 결집했지만, 마차도 측은 이른바 '마두리스모'(마두로 대통령 정책)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을 중심으로 선거 운동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가 천차만별로 달라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멕시코와 브라질, 칠레 등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여야 모두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최근 마두로 대통령이 "내가 패배하면 나라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는 강하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민주적인 공정한 선거'를 조건으로 대(對)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발신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대선은 온건한 사회주의(핑크타이드) 성향 정권이 주류로 자리 잡은 중남미에서 지정학적 시계추의 흔들림을 가늠할 이정표로도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마두로가 승리할 경우 응답자 18% 이상이 조국을 등질 계획"이라는 취지의 베네수엘라 여론조사 기관(ORC Consultores)의 설문 결과를 인용해, 선거 결과가 베네수엘라 이주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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