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끄는 HBM…SK·삼성, 차세대 주도권에 총력

입력 2024-07-28 07:11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끄는 HBM…SK·삼성, 차세대 주도권에 총력
SK하이닉스, HBM3E 시장도 선도…"HBM4는 내년 하반기 출하"
삼성전자, 업계 첫 개발 HBM3E 12단 인증 속도…"공급 과잉 우려 시기상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생성형 AI의 필수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8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는 HBM 주도권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보며 6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HBM 주도권 다툼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SK하이닉스, HBM3E도 앞서간다…HBM4는 내년 하반기 출하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5세대인 HBM3E로 무게 중심을 옮긴 상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에는 HBM3E의 출하량이 HBM3를 크게 넘어서면서 HBM3E는 올해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실리콘관통전극(TSV) 생산능력(캐파)과 1b나노의 전환 투자를 기반으로 HBM3E 공급을 빠르게 확대해 HBM 매출을 작년 대비 30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2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SK하이닉스의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6조4천23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처음으로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HBM3E 12단 제품도 4분기에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3E 12단 제품의 수요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HBM3E 12단 공급량이 8단 제품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HBM3 12단 양산 경험, HBM3E 8단 제품의 성공적인 개발과 양산 램프업(생산량 확대) 등을 기반으로 HBM3E 12단 제품의 안정적인 품질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은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HBM3E 칩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했으며, 목표 수율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6세대인 HBM4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양산을 시작한다.
김규현 담당은 "HBM4는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출하가 될 것"이라며 "HBM4 16단 제품에 대해서는 2026년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대비해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과잉 투자와 경쟁사 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내년 HBM 물량까지 대부분 협의가 완료된 만큼 HBM3E 비중 확대 등으로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도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나 전 분기 고객사의 GPU 계약 건수는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신제품 출시 주기는 단축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31일 실적 콘퍼런스콜…차세대 HBM 로드맵은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2분기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포함한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엔비디아와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인 HBM3E 제품의 양산 일정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로드맵이 추가로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한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HBM 전담 조직을 강화해 HBM4 등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 시장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 HBM3E로의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며 "내년에는 HBM 공급 물량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2분기 중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 엔비디아의 인증이 진행 중이어서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에 돌입하지는 않은 상태다.
지난 24일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퀄 테스트를 처음으로 통과했고 HBM3E는 아직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HBM3 공급 소식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토대로 HBM3E의 퀄 테스트 통과도 임박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위한 내부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의 PRA(양산준비승인)를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HBM4의 경우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 HBM 공급 과잉 우려?…"시기상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여전한 가운데 AI 시장 확대로 당초 예상보다 HBM 수요가 폭증하며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증가와 가동률 회복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2025년 이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HBM의 특성과 AI 시장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소품종 대량 생산 구조였던 메모리 산업이 HBM, eSSD 등 고객 요구에 따른 다품종 소량 생산의 맞춤형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어 과거와 달리 '설비투자 증가=공급 과잉'이라는 틀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규현 담당은 "HBM의 다이 사이즈 페널티(칩 사이즈 증가)와 낮은 생산성을 고려하면 투자가 증가하더라도 비트 증가는 제한적이며 제한적 생산 증가는 HBM의 세대가 업그레이드될수록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HBM은 얇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 D램에 비해 수율이 낮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수율 증가 등을 위해 다이 사이즈가 커져야 하므로 넷 다이(웨이퍼당 생산 가능한 칩 수)가 감소한다. 통상 HBM의 다이 페널티는 동일 용량의 DDR5 대비 40%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AI 산업 내 경쟁이 심화하며 HBM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공급사가 캐파를 늘리더라도 HBM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2025년까지 첨단 AI 서버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며 "이는 (대만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인) CoWoS와 HBM의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의진 연구원은 "CoWoS 캐파는 내년까지 연간 2배 확대될 것"이라며 "AI 수요 감소의 시그널은 아직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HBM, 인프라 중심 투자로 공급 과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공급 제약 심화로 상반기에 높았던 가격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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