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사 출신, '거물' 차베스 후광 입고 3선 고지…18년 장기집권 길닦이
패배시 "피바다" 위협, 불복 시사…극심한 경제난 속 '무능'·반정부 인사 탄압 비판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선관위가 승리를 선언한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은 2013년 암으로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좌파 성향 이념을 고스란히 계승한 정치인이다.
선관위의 공식 발표로 일단 3선에 성공, 권좌를 지키며 18년 장기 집권의 길을 닦게 됐지만, 야권이 부정선거 논란을 제기하며 자체 승리를 주장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마두로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고지에 순탄하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수도 카라카스의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지내다 1992년 쿠데타 실패 후 수감된 차베스 구명 운동을 펼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가 당시 스스로 '나는 차베스의 아들'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이후 1998년 차베스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자기 조직을 동원해 그의 당선을 물심양면 도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스로 1999년 제헌의회 의원으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마두로 대통령은 이듬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차베스 당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회의장(2000∼2006년)을 지내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이후 2013년 차베스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과 부통령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차베스 전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와 '반미'(反美) 정서를 체화했다.
차베스는 2012년 12월 암 치료를 위해 쿠바로 떠나기 전 당시 부통령이던 마두로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4년 4월 치러진 대선에서 야권 통합후보였던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상대로 불과 1.59%포인트 차이 신승을 거두며 이른바 '차비스모'(Chavismo)를 이어갔다.
차비스모는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를 통칭한다.
차베스 정치적 후광을 십분 활용하던 그는 강력한 생필품 가격 억제와 산업 분야 국가 통제 강화 정책을 이어갔다.
그러나 임기 시작과 함께 본격화한 저유가 직격탄은 산유 부국 명맥을 이어가던 베네수엘라를 빈곤의 수렁으로 빠지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 상승률도 연간 6만%(600배)까지 오를 정도로 고삐 풀린 듯 치솟았고,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 치안 부재 등 국가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더 큰 곤궁에 빠졌는데,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제재가 모든 경제난의 원인"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2014년엔 반정부 시위도 계속됐는데, 당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40여명이 숨지고 800명 이상 다치는 유혈 사태로 번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2015년을 전후론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음식과 생활용품 등을 구하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집을 버리고 인접국으로 이주하는 모습 등이 언론에서 수시로 보도될 정도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 수도 카라카스는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119건)가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에도 대규모 반정부·친정부 시위가 베네수엘라를 뒤덮으면서 12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회 혼란 속에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의 대거 불참 선언으로 '반쪽 대선'으로 치러진 2019년 선거에서 재선한 뒤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며 정권을 공고히 했다.
입법부, 사법부, 선거관리위원회, 군, 경찰과 검찰 등 주요 공직자는 자신의 '충성파'로 채우기도 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한편으론 빈민과 노동자를 위한 사회복지 정책을 지속해서 펼치면서 민심을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통합을 기치로 세몰이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와 민주야권 지도자였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 '투톱'을 상대로 힘겨운 유세를 펼쳤으며, 서방 언론들을 중심으로 곤살레스 후보의 낙승이 예상되면서 패배의 기운이 짙게 깔린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내가 패배하면 나라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도 쏟아내며 패배시 불복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캄캄이 개표' 등 부정선거 논란 끝에 야권과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단 건재를 과시하며 개운치 않은 승리를 손에 쥐었다. 6년간의 새 임기는 내년 1월 10일 시작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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