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20년새 340배 성장에도 규제허술…금융감독 부실 도마

입력 2024-07-29 16:03  

이커머스 20년새 340배 성장에도 규제허술…금융감독 부실 도마
정산 주기·판매 대금 관리 규제 '구멍'…'티메프' 감독 사각지대 방치 지적
"덩치만 큰 이커머스 민낯…생태계 걸맞은 규제시스템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허술한 규제 시스템과 금융당국의 느슨한 관리 감독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이 2000년 6천600억원에서 지난해 227조원대로 20여년 간 340배 정도 급증하며 상거래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규제가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당국의 감독 미비까지 겹치며 사태 발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처럼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해주는 오픈마켓 기반의 온라인 쇼핑몰은 수많은 이해 관계자가 엮여 있어 그 자체가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하나의 구심점이다.

수많은 판매자가 입점해 있고 이들 판매자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 1차 생산자까지 거래망이 뻗어있다.
플랫폼 하나가 부실해지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티몬·위메프의 경우 입점 판매자만 6만명, 전후방 거래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10만명 이상이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커머스의 몸집은 갈수록 비대해지는 데 반해 규제 시스템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정산 주기 및 정산 대금 관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산 주기는 업체별로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두 달까지 제각각이다. 정산 주기를 명확히 하는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정산 주기는 최대 70일 안팎이다. 이는 해당 플랫폼이 정한 사규일 뿐 이를 어기더라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물론 판매자를 보호할 장치도 없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정상적으로 정산해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사태로 1억원대의 정산대금을 물린 J사 대표 박모 씨는 "25년째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간 바뀐 게 없다"며 "정산대금 지급 방법에서 판매자는 줄곧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정산 주기보다 더 큰 문제는 정산 대금 관리다. 정산 지급일까지 대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사실상 '눈먼 돈'이 된 것이다.
플랫폼 업체가 판매자의 정산 대금으로 채무를 상환하거나 이른바 '돈놀이'를 해도 규제할 방도가 없다.
이번 사태에서도 모기업인 큐텐이 지난 2월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2천300억원대에 사들이는데 티몬·위메프 판매자의 정산 대금을 활용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금융당국에서는 이제야 판매자 정산 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맡겼다가 곧바로 지급하는 '에스크로' 방식의 의무화를 논의 중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과 뒷북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티몬·위메프를 비롯한 거의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은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금융감독규정을 보면 전자금융사업자의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 기준이 명시돼 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감한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하고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100분의 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금융당국이 인력 및 조직 운영 개선, 경비 절감, 신규 출자 제한, 부실 자산 처분 등의 경영개선 권고를 내릴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2022년부터 이런 감독 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2022년 기준 티몬의 부채총계는 7천859억원으로 자산총계(1천473억원)의 534%였고 위메프도 부채총계(2천342억원)와 자산총계(900억원) 비율이 2.6대 1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한 것은 티몬·위메프와 강제성 없는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한 게 전부였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비등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 설루션 업체인 P사의 신모 대표는 "당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조처했더라면 큐텐이 위시를 2천300억원에 인수하는 일은 없었을 테고 이번과 같은 대형 지급 불능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커머스 판매자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선정산 대출에 대한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도 있다.
선정산 대출은 이커머스 플랫폼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은행이 연 이자율이 10% 안팎에 이르는 해당 상품의 실적을 쌓고자 티몬과 위메프의 부실한 재무 상태를 알면서도 해당 플랫폼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 대출을 늘려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덩치만 커진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후진적인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이제라도 그 규모와 온라인 상거래 생태계 특성에 맞는 규제 시스템이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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