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가격전쟁 속 부품업체들 '울상'…R&D 투자도 감소"

입력 2024-07-30 12:34  

"中 자동차 가격전쟁 속 부품업체들 '울상'…R&D 투자도 감소"
中매체 "완성차 원가 후려치기에 하청 손실 심화…기술 수준 하향 움직임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내 수십 곳이 넘는 자동차 업체의 '저가 경쟁'과 '원가 후려치기' 속에 부품 업체들이 경영난은 물론 기술 혁신 저하 현상까지 겪고 있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지난 1개월간 화둥(華東·산둥성과 상하이, 안후이성, 장쑤성, 장시성, 저장성, 푸젠성 등 동부 연안) 지역 취재 결과 소규모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잇따라 접했다고 30일 전했다.
신문은 공급망 윗선에 있는 부품 업체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부터 중국에 있는 보쉬와 ZF, 콘티넨탈AG 등 자동차 부품 외자기업이 경영난 속에 잇따라 감원을 단행했고,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중국 부품 업체들의 부담 역시 가중됐다.
한 미국 자동차기업 연구·개발부서 관리직인 펑밍(이하 가명)은 "부품 공급 업체는 국가별로 자기 범위가 있는데, 예를 들면 한국계 공급 업체가 일본이나 독일 자동차회사 공급상이 되는 건 아주 어렵다"며 "이는 자동차 부품 업체의 구조적 과잉생산이 완성차 업체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중국 현지화 프로젝트를 맡아온 펑밍은 중국 부품 업체들이 수작업에서 시작해 오늘날 일부 분야에선 우위를 차지한 상황까지 직접 목도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 전쟁'이 중국 부품 업체들의 내생적 성장을 꺾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
중국 내 합자기업 두 곳에 부품을 납품하는 샤오젠은 올해 들어 계속된 주문 감소로 적자를 보고 있다.
8월 초부터는 일부 생산라인을 멈추고 현재 300여명인 직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일 계획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강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 중국 자동차 업체의 대형 공급상 경영자인 리웨이는 "작년에는 '연말 인하'(年降·연말 계약 시점에 납품 업체에 부품 가격 인하를 요구)였는데 올해 들어선 원가 절감 주기가 분기 단위로 줄었다"며 "납품 진도가 6∼7월까지 진행됐는데, 고객사와 2분기 가격 협상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고객사가 올해 가격 20% 인하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부품 이윤율은 원래부터 10여%로 높지 않아 대화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자동차 업계 경쟁이 심화하면서 완성차 회사들은 새로운 부품 업체를 찾아 경쟁을 유도하고, 1차 하청이 2차 하청을 만들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제일재경은 "상당수 공급 업체는 이윤 일부를 뱉어내거나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일 없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일감이라도 있는 게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품 업체 가운데 기술 탈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특정 부품을 납품받은 뒤 다른 하청 업체에 이 부품을 복제하게 해 비용을 낮추는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형 자동차 업체의 경우 통상 3개월 주기였던 정산 시점이 6개월 어음 등 방식으로 연장되면서 부품 업체들의 자금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한 상장 부품 업체 경영자인 추윈은 "가격 전쟁은 완성차 업체들에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가격 압박을 만들었고, 단기적으로 부품 산업의 이윤 능력에 명확하게 영향을 줬다"며 "동시에 완성차 시장이 격렬한 경쟁과 도태 단계여서 특정 모델, 심지어 특정 기업 전체의 매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고, 이는 부품 산업의 리스크도 키웠다"고 짚었다.
자동차 기술 혁신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완성차 업체가 단순히 주문을 더 받기 위해 원가에 손을 대는 상황이라 성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펑밍은 자동차 배선 하네스의 내열 기준치를 예로 들었다. 중국의 국가 기준치는 섭씨 105도를 견뎌야 하는 것인데, 한 업체는 경쟁사 자동차들을 분해해 본 뒤 이들이 105∼135도짜리를 생산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원래 만들던 150도 내열 하네스를 더 싼 것으로 바꿀지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치열한 가격 경쟁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2021년부터 작년 1분기까지 80%가 넘는 R&D 투자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6.7% 투자를 줄였다.
2019∼2022년 내내 증가했던 중국 자동차 특허 공개량은 작년 감소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부 부품 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하고 있다.
상위 100대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 목록에서 중국 기업의 숫자는 2020년 7곳에서 작년 15곳으로 늘었고, CATL은 보쉬, ZF, 마그나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 비야디(比亞迪·BYD) 산하 브랜드인 팡청바오자동차는 전날 판매량 회복을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차 가격을 최대 5만위안(약 950만원) 낮춘 23만9천800위안(약 4천500만원)으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고 제일재경은 전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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