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언제 또 보겠어요"…35도 폭염에도 '즐거운 올림픽'

입력 2024-07-31 00:15  

[르포] "언제 또 보겠어요"…35도 폭염에도 '즐거운 올림픽'
파리 낮 최고 섭씨 35도, 체감 기온 38도까지 올라가
쿨링포그로 더위 식히고 그늘없는 관중석에서 양산·모자로 채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땀으로 샤워를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날씨다.
낮 최고 섭씨 35도, 체감 기온 38도를 기록한 3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거리에 나선 지 5분도 안 돼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모자와 선글라스도 파리의 폭염을 막진 못했다.
남자 양궁 개인전 32강전·16강전이 열리는 레쟁발리드 경기장 근처에 도착하니 주최 측이 마련해 놓은 쿨링포그(인공안개 분사시설) 앞에 줄이 길었다.
잠깐이나마 열기를 식히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온통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마갈리(49) 씨도 쿨링포그에서 막 나오는 참이었다.
그는 "이거라도 쬐면 좀 도움이 된다"며 "그나마 나는 그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데, 저기 텐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바람이 안 통해서 더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다 보니 '의료팀'이라고 쓰인 천막 아래에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의료진의 관리를 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뿐 아니라 경기장 주변 곳곳 그늘진 곳에는 사람들이 태양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러나 경기장 안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양궁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고스란히 노출된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산과 모자를 뒤집어쓰거나 부채질로 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메달 결정전이 아닌 데다 폭염까지 겹쳐서인지 관중석의 절반가량은 텅 비어 있었다.
장내 안내 방송에서는 "날이 더우니 물을 자주 마시고 몸이 불편한 사람은 의료진을 찾으라"는 안내를 수시로 내보냈다.
그 와중에도 양궁 대표팀 김우진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인들은 열띤 목소리로 응원을 펼쳤다.
서울에서 왔다는 하애진(26) 씨는 "어제 메달 전을 봐서 김우진 선수의 개인전도 보려고 왔다. 엊그제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어제오늘은 너무 덥다"고 말했다.
손 선풍기에 토시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하씨는 "그래도 여긴 한국처럼 습하진 않아서 견딜 만하다"고 했다.


친구와 전날 파리에 도착한 정혜은(28) 씨는 날씨가 이렇게 더울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씨는 "우리나라가 양궁을 잘하니까, 그냥 올림픽, 양궁만 생각하고 일단 왔다"며 "그래도 저희 오는 걸 알고 날씨가 화창해서 좋다. 언제 또 오겠느냐"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었다.
이날 날씨는 오전부터 푹푹 찌기 시작했다.
튈르리 정원에 설치된 열기구 성화대를 보러 온 시민들은 30도를 넘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열기구가 만들어 준 대형 그늘 아래로 피신해 인증 사진을 찍었다.
성화대를 지키는 보안 요원들도 대형 우산으로 보호막을 치고 경계를 섰지만 얼굴은 시뻘겋게 익어 있었다.
그늘 한쪽에서는 더위에 컨디션이 나빠진 한 여성이 지인들에 둘러싸여 소방대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보안 요원은 "폭염 때문에 어제오늘 한 10여명이 몸에 이상 증상을 느껴 신고가 들어왔다고 동료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관광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전날 도착했다는 데보라(46) 씨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니 날씨가 덥더라도 이 기회를 즐겨야 한다"며 "모자 쓰고, 물 많이 마시고,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최고의 여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프랑스에 날씨가 너무 더웠다고 불평하는 편지를 쓰겠다"고 농담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왔다는 실리아(55) 씨도 "내가 사는 곳엔 늘 비가 오는데 여기 내려오니 폭염이 기다리고 있다"고 웃으며 "우산과 부채를 챙겨왔고 옷도 가볍게 입고 나왔다. 그늘에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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