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죽여야 했나"…伊서 사람 공격한 불곰 사살 '역풍'

입력 2024-07-31 05:05  

"꼭 죽여야 했나"…伊서 사람 공격한 불곰 사살 '역풍'
"다른 대안 택했어야"…"법원 개입 못하게 속전속결 사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의 트렌티노 자치주 정부가 사람을 공격한 야생 불곰을 사살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트렌티노주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드명 'KJ1'으로 불리는 불곰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밝혔다.
KJ1은 지난 16일 숲길에서 조깅하던 43세의 프랑스인 관광객을 공격해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힌 약 22살짜리 어미 곰이다.
주 정부는 "KJ1은 위험한 개체"라며 "2017년부터 지금까지 최소 7차례 사람과 맞닥뜨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까지 나서 비난했다.
프라틴 장관은 "곰을 죽이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의 견해를 마우리치오 푸가티 트렌티노 주지사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일으킨 곰을 인적이 뜸한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등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주 정부가 극단적인 조처를 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이번 사건으로 KJ1의 어린 새끼 세 마리까지 생존을 위협받게 됐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OIPA는 "주지사라고 해서 동물에 대해서까지 전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물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지각 있는 존재이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푸가티 주지사가 '반(反)곰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푸가티 주지사는 이전에도 두 차례 곰 사살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법원이 동물보호단체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 중지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26세의 이탈리아 남성을 공격해 목숨을 앗아간 'JJ4' 불곰이 이러한 동물보호단체의 법적 대응으로 사살을 면했다. JJ4는 독일 중부 튀링겐주에 있는 보르비스 대안 곰 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KJ1의 경우, 푸가티 주지사가 전날 밤늦게 행정명령에 서명하자마자 이날 오전 사살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그가 법의 통제망을 피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의회 산하 동물권·환경권 보호 위원회의 미켈라 비토리아 브람빌라 위원장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푸가티 주지사는 행정법원이 개입할 수 없는 밤에 KJ1을 사살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과거 곰 서식지였던 북부 산악 지대에서 무분별한 사냥으로 곰이 멸종하자 1999년부터 정책적으로 이웃 슬로베니아에서 불곰을 들여와 산악 지대에 풀어놨다.
애초 50마리를 계획했지만, 현재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불곰은 약 1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체 수 증가와 맞물려 최근 몇 년간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푸가티 주지사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곰의 개체 수가 늘어났다며 곰과 '사랑의 공존'을 보장하기 위해 곰의 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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