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교민들 "그간 시위양상과 다르다"…긴장 속 상황주시

입력 2024-07-31 05:10   수정 2024-07-31 05:18

베네수엘라 교민들 "그간 시위양상과 다르다"…긴장 속 상황주시
'마두로 3선 부정선거' 시위에 "복지수혜자 빈민가 주민도 들고일어나"
현지 한인 140여명 피해접수사례 없어…"대선 전후 폭력사태 반복 경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대선 개표 결과를 둘러싼 '부정 선거' 의혹으로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가 격화일로에 놓인 가운데 교민 사회는 긴장 속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40여명의 한인들은 베네수엘라에서 그동안 선거 전후 불공정 의혹 제기와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지만, 올해의 경우 그 양상이 사뭇 다른 경향을 목격하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14년째 사업체를 운영하는 문익환 대표는 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교민이 사업체 문을 잠시 닫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등 불안해진 사회상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심 외출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또는 관광객과 연관된 각종 사건·사고 발생 시 대사관 업무를 돕는 영사협력원으로도 활동하는 문 대표는 도심 상황이 대선 전과 달라진 것을 체감한다며 "어제는 퇴근하는 한인에게 중국인이냐며 시비를 거는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들은 베네수엘라 선거당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당선 선언에 반발하는 시위 양상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두환 베네수엘라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에 "2018년 대선 전후에도 선거 공정성을 둘러싸고 소요 사태가 있었는데, 당시엔 중산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했다"며 "이번에는 마두로 정부 복지 정책의 수혜자로 볼 수 있는 빈민가 지역 주민들의 민심 이반이 확연하다"고 설명했다.
사회 소외계층으로 분류된 이들이 '마두로로는 더는 안 된다'는 구호와 함께 더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민들은 그 배경으로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과 사회 안전망 붕괴 등을 꼽았다.
베네수엘라에는 가족 중 1명이 외국에서 일하며 달러를 송금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데, 내년부터 마두로 대통령이 6년 더 집권하면 '외국에 있는 가족을 영영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문익환 대표는 '멕시코에서 일하는 남편이 다시 카라카스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우는 현지 직원도 있었다'는 사례를 전해주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은 베네수엘라 좌파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는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 표출도 심상치 않은 징후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마두로에 대한 불만은 여러 경로로 제기된 바 있지만, 여러 지역에 설치돼 있던 차베스 동상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교민 사회에서는 입을 모았다.
정 회장은 "상황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군과 경찰 내부에서 소장파를 중심으로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느냐가 앞으로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야권 지지자를 중심으로는 당국에서 '여론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주민들에게 약탈 금지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고 교민사회는 전했다.
실제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사람들이 마트에서 훔쳐 갔던 물품들을 다시 모아 돌려주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인회와 함께 수시로 교민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대사관 측은 파악했다.
정한욱 베네수엘라 대사대리는 "교민들께서 대부분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며 온라인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차분함 속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수년간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하신 터라 한인 분들이 서로 격려하며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사관은 대선 전후로 세 차례 발표한 안전 공지를 통해 집회 및 시위 지역 방문을 자제할 것과 가족 및 이웃 간 연락 체계를 점검해 줄 것을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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