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일등공신' 복귀한 반도체…"HBM3E 공급 관건"

입력 2024-07-31 09:36   수정 2024-07-31 12:13

삼성전자 실적 '일등공신' 복귀한 반도체…"HBM3E 공급 관건"
올해 2분기 DS부문 매출 28조5천억원·영업이익 6조4천억원 기록
삼성전자 전체 영업익 62%가 반도체…SK하이닉스, '메모리 1위' 자리 위협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 기대감…"하반기 HBM3E 판매 비중 확대할 것"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 반도체에서만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반도체 '업턴'(상승기)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고용량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HBM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와 차이는 55억원으로 근소하게 삼성전자가 앞섰다.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세에 탄력을 받고 메모리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번 하반기에는 5세대 HBM인 'HBM3E'의 본격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올해 2분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매출은 28조5천600억원, 영업이익은 6조4천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8천300억원, 10조8천1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반도체 한파'로 1년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며 실적을 깎아 먹었던 DS부문은 다시 한번 삼성전자 실적 견인의 '일등 공신'으로 올라섰다.
DS부문은 올해 2분기 전체 삼성전자 영업이익(10조4천439억원)에서 61.8%를, 매출(74조683억원)에서도 38.6%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메모리가 선전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체 DS부문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만 76.1%(21조7천4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폭발적 실적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우선 지난 1분기부터 이어진 메모리 등 반도체 업황 회복을 꼽을 수 있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의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따라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었고, 재고 상황도 더욱 나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D램 가격은 13∼18% 오르고, 낸드는 15~20% 상승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3분기에도 각각 8∼13%, 5∼10% 상승이 전망된다.
특히 생성형 AI향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HBM, DDR5, 서버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이 핵심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DDR5, 서버용 SSD, HBM 등 서버 응용 중심의 제품 판매 확대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실적이 전 분기 대비 대폭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움츠렸던 반도체 사업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반도체가 올 한해 삼성전자 실적을 책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DS부문을 필두로 '연간 매출 315조원, 영업이익 45조원'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 업황이 나아지고 있고, HBM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지난 5일 집계된 잠정실적 때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5조원 가까이 상향 조정했다.
특히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약 23조∼25조원)을 DS부문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HBM3E가 '키 플레이어'로써 활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SK하이닉스가 8조3천545억원(1분기 2조8천860억원·2분기 5조4천6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인 8조3천600억원(1분기 1조9천100억원·2분기 6조4천500억원)과 비교하면 55억원의 차이다.
SK하이닉스가 턱 끝까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따라온 것은 HBM3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3E 8단(H)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HBM3E 12단 제품도 3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에 12단 제품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메모리 선두'인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서는 HBM3E의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4세대인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을 위한 품질 테스트를 최근 통과했고, HBM3E 8단·12단 제품은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가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위한 내부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의 PRA(양산 준비 승인)를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만일 HBM3E 공급이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 가시화된다면 하반기 실적부터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올해 하반기 HBM3E 공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HBM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해 HBM3E 판매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서버용 D램 분야에서도 1b나노 32Gb DDR5 기반의 128GB, 256GB 모듈 등 고용량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 4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HBM 개발팀은 HBM3와 HBM3E뿐 아니라 차세대 HBM4(6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HBM4의 경우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burn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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