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필요성 강조…"아주 빠른 속도로 기회 잡아야"
SK이노-SK E&S 합병 추진…AI 데이터센터 설루션 패키지 제공 목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입 사원들과 만나 "전통적인 영역 중심의 비즈니스도 적극적인 인공지능(AI) 활용이 필요하다"며 'AI 전환'을 강조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이천 SK텔레콤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입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새로운 모델이 생겼을 때 기존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우리에게는 기회다. 그 기회를 아주 빠른 속도로 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입 구성원과의 대화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신입 구성원에게 직접 그룹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로, 1979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입 구성원들과 그룹 AI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SK 계열사들이 AI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며 AI 활용에 따른 2가지 이점으로 자기 섹터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돈 버는 모델 자체의 변화를 꼽았다.
본연의 산업 영역에 AI를 접목하면 경쟁력이 좋아지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AI 경쟁력이 높아지면 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은 "최종 고객(End Customer)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경우 AI 어시스트(에이닷) 고객과 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이 겹친다"며 "AI와 통신을 잘 결합해 미래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전체 AI 인프라 스트럭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AI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공급·저장 설루션 구축이 필요한 만큼 SK의 강점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등 포트폴리오를 결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도 "SK 관계사들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활용해 AI 인프라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진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말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AI 분야에 투자의 무게 중심을 더 싣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반도체 분야에 10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향후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5년간 약 3조4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룹 내 주력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취지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양사 합병시 매출 규모 88조, 자산 규모 100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AI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쪽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서 설루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설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합병 추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30년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량은 2023년보다 160% 늘어난 1천63TWh(테라와트시)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2023년 연간 전체 전력 소비량(557TWh)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에너지원 확보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에 강점이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NG·발전사업 관련 노하우가 있는 SK E&S를 합병해 고객사에 배터리·LNG·정유·석유화학을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신입 구성원들은 이날 AI 관련 팀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중 한 팀은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율이 높아진 사회 현상에서 착안,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위해 사소한 질문에도 답을 바로 해줄 수 있는 AI 선배 '씩씩이' 기획안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AI는 신입에게 부족한 경험과 노하우를 어시스트해 줄 수 있다"며 "자신과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를 최대한 사용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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