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실행위 "인종차별과 편견에 목숨 잃은 이들 추도 의미는 달라"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가 또다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다고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행위는 고이케 지사에게 내달 1일 도쿄도 스미다구에서 개최되는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를 전날 도쿄도에 전달했다.
이에 도쿄도 담당자는 "지사와 관계 부서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치러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승리해 3선 임기를 시작한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7년간은 보내지 않았다.
특히 작년에는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실행위 등이 추도문을 보내 달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고이케 지사는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올해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6월 도쿄도 지사 선거를 앞두고 개최된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추모식에 참석하거나 추도문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시 "지금까지 간토대지진, 도쿄 대공습, 많은 다양한 재해와 또 많은 사건과 혼란이 있었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을 대법요(大法要)라는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실행위 관계자는 전날 도쿄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과 인종차별과 편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한 추도 의미는 다르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일본 정부는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조선인 학살 관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지만, 이를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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