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외교 승리"…미국 풀어준 암살범은 '푸틴의 애국자'

입력 2024-08-02 09:53   수정 2024-08-02 13:34

"러시아 인질외교 승리"…미국 풀어준 암살범은 '푸틴의 애국자'
대낮 베를린 시민들 앞에서 반체제인사 총살한 종신수
푸틴 원하는 대로 합의…국제법 무시할 수단 돼버린 외국인 억류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풀려난 러시아인 중에는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도 있었다.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의 크라시코프는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전 체첸 반군 지휘관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라시코프는 대낮에 베를린 시내의 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조지아 출신의 전 체첸 반군 지휘관 젤림칸 칸고슈빌리(40)에게 접근, 그의 머리에 총을 쐈다.
당시 공원에 있던 아이들과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살인 사건에 독일은 충격에 빠졌다. 크라시코프는 독일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국자'라고 추켜세웠던 크라시코프는 그간 러시아가 가장 석방을 원하는 수감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NYT는 "50대 후반의 크라시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석방을) 원하는 인물이라는 입장을 내비쳐왔기 때문에 다각적 (수감자 교환) 거래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TV 인터뷰에서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정보기관이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상응 조치를 하면 합의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라시코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애국적인 감정으로 유럽 수도 중 한 곳에서 강도(bandit)를 제거한 사람"이라고 했다. 푸틴의 발언은 크라시코프의 석방을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
러시아는 칸고슈빌리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았지만, 독일 당국에 체포된 크라시코프는 범행을 부인했다.
NYT는 "이러한 '충성심'은 푸틴이 높이 사는 것"이라면서 이번 수감자 교환에는 옛 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으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활동했던 푸틴 대통령이 '동료'를 구하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크라시코프의 신원은 그의 독특한 문신이 찍힌 사진을 통해 밝혀졌다. 독일 검찰은 크라시코프가 러시아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KGB의 후신)에서 암살 등 해외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부서에서 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 협상에는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독일,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동맹들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특히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인질 외교'가 승리를 거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WSJ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수감자 교환으로 "자신이 가장 원했던 러시아인 수감자"인 크라시코프의 석방을 얻어냈다면서 "최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권위주의 지도자인 푸틴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국제 규범 따위는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면서 거머쥔 승리라는 것이다.
WSJ은 푸틴 대통령이 경범죄나 조작된 혐의로 러시아에서 외국인들을 체포하는 이른바 인질 외교를 벌여왔다면서 서방 당국자들이 커지는 인질 외교의 문제를 인정했지만 이를 막을 힘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으로 풀려난 WSJ 소속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지난달 19일 러시아 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대니엘 길버트 정치학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법을 가장한 인질극"이라면서 이러한 행태가 "최근 몇 년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푸틴의 러시아가 새롭게 선호하는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고 싶지만, 전면적이고 공개적인 충돌은 피하고 싶어 하는 전 세계 적들의 비대칭 수단"이라며 테러단체가 아닌 정부들까지 이에 눈을 돌리고 있어 인질 외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yunzh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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