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법인인감은 큐텐테크놀로지 재무에서 갖고 있어"
"6천억원 부채 껴안고 티몬 인수한 게 잘못…남은 돈 없어"
"큐익스프레스 상장 후 큐텐도 상장할 것이라고 말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류광진 티몬 대표는 2일 큐텐그룹과 별개로 독자 경영체계를 구축해 사모펀드 운용사(PEF) 등을 상대로 티몬의 분리 매각이나 자금 유치를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류 대표는 티몬 재무를 큐텐에서 맡아 자신은 법인인감조차 가져본 적이 없고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내놓은 티몬·위메프 합병 후 회복안은 실현 가능성이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회생법원의 심문 출석 전 연합뉴스와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부터 티몬은 큐텐그룹 차원의 지원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그룹과 별개로 정상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독자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복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큐텐그룹 계열의 지분구조를 보면 큐텐이 산하에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위메프 지분도 큐텐코리아와 함께 72.2%를 갖고 있다.
그는 티몬 회생안에 대해 "대형 투자사를 상대로 투자 유치(펀딩)와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며 "해당 투자사는 인수합병(M&A)을 많이 해본 곳으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이커머스에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에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받아 석 달 정도 시간을 확보한 뒤 정부쪽 지원도 받고 하는 과정에서 티몬 운영이 재개되면 (투자사가) 부담해야 할 자금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또 구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판매자들을 대주주로 두고 티몬·위메프 합병법인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티몬·위메프 모든 주주를 설득해 합병 찬성을 얻기 힘들고,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채권자)들에게 전환사채(CB)를 갖고 투자하라고 하는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가 판매자라도 10억원 빚 상환을 받아야 하는데, (미정산금을) CB로 전환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 직원들도 '멱살 잡힐 일'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티몬과 위메프는 비슷한 성격의 플랫폼이어서 합병해도 좋을 게 없고, 통합해 매각할 가능성이 작아 분리 매각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또 구 대표가 티몬 등 인수를 지휘했고 티몬·위메프 등 계열사 자금도 모두 큐텐그룹에서 관리해 재무 상황이나 유동성 위기 도래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티몬 대표로 있으면서 큐텐 본사의 많은 통제를 받았고, 건전하게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린 게 너무 후회스럽고 가슴이 매우 아프다"며 "(유동성 위기) 시그널을 그룹 차원에서 인지했음에도 대처가 늦었다"고도 했다.
이어 "티몬에는 재무 조직이 없어 현금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며 "대표로서 창피하지만 법인 인감도 없고, OTP(비밀번호 생성기)를 본 적이 없다. 법인인감은 큐텐테크놀로지 재무에서 갖고 있다. 티몬 대표를 맡은 이후로 그랬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원인과 관련해 구 대표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지목했다.
그는 "구 대표가 티몬을 인수할 때 티몬에 6천400억원의 갚아야 할 돈이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위메프를 인수할 때도 (빚이) 몇천억원 있었다"며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부채를 껴안고 회사를 산 게 잘못된 거다. 그랬으면 자금 유치를 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대표는 "6천억원의 빚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려면 3천억∼4천억원의 자금을 넣을 각오를 해야 했다. 돈이 들어왔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대표가 계열사 재무 상황은 공유하지 않고, 분기마다 큐익스프레스를 상장한다고 말하고 큐익스프레스 상장 후 큐텐도 상장할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류 대표는 티몬·위메프 판매자금 1조원의 행방을 묻자 남은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티몬은) 이미 6천억원의 빚을 갖고 시작해 수익을 많이 낼 수 없는 회사다. 매출을 내서 (정산을) 해야 한다"며 "빚이 6천억원에서 계속 늘어 1조원이 된 것 같으나 정확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한번 피해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반드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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