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반정부 시위 재개 속 유혈사태 악화…사망자 100명 육박

입력 2024-08-05 12:04  

방글라 반정부 시위 재개 속 유혈사태 악화…사망자 100명 육박
'장기 집권' 하시나 총리에 사임 요구…5일 다카서 대규모 행진 예고
정부, 통금 내리고 강경 대응…"군은 개입 망설여"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개되면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비롯해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막아섰고 관공서를 습격해 불을 질렀다.
경찰은 시위대가 북동부 지역 에나예트푸르의 한 경찰서를 습격했다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경찰 1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경찰도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막아섰다. 경찰이 실탄을 사용하고 시위대는 사제폭탄을 사용한다는 목격도 나왔다.
하시나 총리는 국가 안보 회의 후 "지금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테러리스트"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대 일간지 프로톰 알로는 이번 사태로 경찰 14명을 비롯해 최소 9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정부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전국에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인터넷도 차단했지만, 시위는 통금 발령 이후에도 계속됐다.
시위대는 5일 다카에서 대규모 행진을 예고하고 있어 더 많은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충격적인 폭력 사태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촉발했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며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전국적인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군대를 배치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며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이후 같은 달 21일 대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시위도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시위 체포자 석방과 하시나 총리 사과 등이 수용되지 않자 시위대는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학생뿐 아니라 예술가, 노동자 등 모든 계층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전직 군 장성들이 시위를 지지하면서 지난달 시위대를 막아섰던 군대 역시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납세 거부와 노동자 동맹 파업 등 전면적인 저항을 선포했으며 특히 핵심 산업인 의류 부문에서 47개 제조업체 그룹이 시위대와 연대하기로 한 상황이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2009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하시나 총리는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야당 보이콧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압승해 5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리노이 주립대 정치학과 알리 리아즈 교수는 AFP 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가 1971년 방글라데시의 대(對)파키스탄 독립운동을 떠오르게 한다며 "정권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시나 총리가 출구전략을 펼칠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싸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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