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회의, 야당 지도자·체포된 시위대 전원 석방 결정
美, 과도정부 수립 결정 환영…IMF, '방글라 계속 지원' 약속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에 밀려 갑자기 퇴진한 가운데 대통령 등 현지 지도자들이 과도정부 수립 착수 등 사태 수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전날 군부, 야당 지도자들과 긴급 회의를 연 뒤 즉각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야당 핵심 지도자 칼레다 지아(78) 전 총리뿐만 아니라 이번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 전원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은 평상시 상징적 임무를 수행하지만 비상시에는 국가원수로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하시나 총리가 반정부 시위 유혈사태 악화로 해외로 도피하고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참모총장이 하시나 총리 사임을 발표하면서 군부가 과도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지 수 시간 만에 열렸다.
샤하부딘 대통령은 회의 후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회의 결정 사항을 전하면서 6일 오전 6시부로 통행금지령을 해제하고 차기 총선을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석방이 결정된 지아 전 총리는 하시나 전 총리와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2018년 부패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고 최근 가택연금 생활을 해왔다.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총재이기도 한 그는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지도부도 전날 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 관계자들과 만나 과도정부 구성에 관한 의견을 24시간 안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또 6일 오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빈곤퇴치 운동가인 무함마드 유누스(84)와 이미 논의했다면서 그가 과도정부 수반인 최고 고문을 맡는 방안에 학생 지도부가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유누스가 대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총선을 관리할 과도정부의 최고 고문을 맡기로 했다면서 현재 신병 치료차 해외에 있는 그가 최대한 빨리 귀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방글라데시 내 상황 진전을 반겼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방글라데시 당국의 과도정부 구성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다만 모든 결정은 민주적 원칙과 법의 지배, 국민 의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폭력 종식을 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도 방글라데시에 대한 차관 제공 프로그램과 관련해 현지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에 슬픔을 표하고 방글라데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6월 고등법원의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할당제 부활 결정으로 시작된 대학생 시위는 지난달 중순 유혈충돌로 격화돼 200여명이 숨졌다.
이후 대법원이 해당 공직할당 비율을 30%에서 5%로 낮추는 중재안을 제시, 시위는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시위 지도부 석방과 총리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가 수용되지 않자 지난달 말 시위를 재개했고 유혈사태는 더 악화했다.
지난 4일 하루에만 유혈충돌로 100명 가까이 숨지고 5일에도 최소 109명이 사망하는 등 이번 사태로 모두 400여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하시나 전 총리는 결국 해외로 달아났다.
하시나 전 총리는 전날 방글라데시를 떠나 인도에 도착했다.
그가 탔던 방글라데시 군용기는 6일 오전 방글라데시 기지로 복귀했고, 하시나 전 총리는 인도 수도 뉴델리 시내 안가로 옮겨졌다고 인도 매체가 전했다. 그는 현재 영국 망명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방글라데시 남서부 쿨나주 최대 도시 자쇼르에 있는 한 호텔에서는 전날 군중에 의해 방화가 발생, 이날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적어도 24명이 사망했다. 해당 호텔은 AL 지도자가 운영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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