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정부, 출범 한달만에 반이민 폭력시위로 시험대

입력 2024-08-06 20:35  

英노동당 정부, 출범 한달만에 반이민 폭력시위로 시험대
영국 사회에 누적된 인종·종교 분열상 그대로 드러나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전역에서 '폭동' 수준의 반이민·반이슬람 폭력 시위가 이어지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노동당으로선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난 셈이다.
왕립검찰청(CPS) 청장 출신인 스타머 총리는 폭력 시위 직후부터 "이는 시위가 아니라 폭력 불법행위"라며 배후로 극우 세력을 지목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또 폭동이나 소요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경찰관으로 구성된 상비군(standing army)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 보수당을 비롯한 야권까지 이번 폭력시위에 '단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스타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소요 사태에 대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영국은 최근 가석방 허용 기준을 낮추기로 할 만큼 교도소의 과밀문제가 심각하고 경찰력·예산 부족, 법원 절차 지연 등 사법 체계 전반에 압박이 커졌다.
무엇보다 영국으로 이주민 유입이 급증하면서 점증한 종교·인종 갈등은 고질병이 됐다. 단순한 허위정보에 급속히 불붙은 이번 폭력시위는 영국 사회 내부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계층간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잉글랜드 북서부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난동범이 아랍식 이름을 가진 무슬림 이민자라는 허위정보가 소셜미디어(SNS)에서 급격히 퍼지며 촉발됐다.
그러나 피의자의 이름은 액설 루다쿠바나로 웨일스 카디프 태생으로 밝혀졌다. BBC는 그의 부모로 르완다 출신이고 이슬람과 관련성은 알려진 바가 없다고 보도했다.
허위정보가 빠르게 바로잡혔지만 이미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폭력시위는 '팩트'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은 단계가 됐다.


반이민·반이슬람 폭력시위에 대항하는 맞불 시위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까지 엮이면서 혼란이 더 가중되는 양상이다.
BBC에 따르면 버밍엄에서는 5일 밤 극우 시위가 열릴 것이라고 잘못된 정보가 퍼진 이후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반극우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 이후에는 한 무리의 청년이 차량이나 술집을 약탈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달 5일 밤까지 잉글랜드 플리머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등지에서 폭력 시위가 한 주 내내 이어지고 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엿새 동안 시위 대응에 나선 경찰관 수십명이 부상했고 엿새 동안 폭력 사태 가담자는 378명이 체포됐다.
이번 사태가 일부 극단적인 세력에 휩쓸린 폭력 소요라고 하더라도 강경 진압과 같이 단편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 갈등과 분열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태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에서 탈당한 톰 해리스 전 하원의원은 5일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정부와 기득권 세력이 이 문제가 그저 사라질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로 이민에 대한 우려를 경시하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리의 폭력은 용납할 수 없지만 정치인들이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타머 총리가 첫 번째 중대 시험대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모어 인 커먼'(More in Common)의 루크 트릴 국장은 인디펜던트에 "영국인 대다수는 이민과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우려하는 것과는 별개로 폭동에 가담할 생각도 안 한다"며 "이번 폭동을 통제하고 나서 대화는 이민이 아니라 통합, 사회 결집, 반극단주의 등 더 진지한 문제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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