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등록 일정 놓쳐 장거리 선수가 단거리 출전…내부선 '은퇴선물' 의혹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2024 파리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경기에 출전한 솔로몬제도 선수와 관련해 솔로몬제도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솔로몬제도 올림픽위원회(NOC)의 행정 처리 미숙으로 장거리 선수가 100m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 100m 예선 4조 경기에 솔로몬제도의 샤론 피리수아가 참가했다.
피리수아는 14초31을 기록, 예선 탈락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 쥘리앵 앨프리드(세인트루시아)의 우승 기록 10초72와 비교하면 3초59나 늦은 기록이며 실격되지 않고 완주한 선수 중 가장 느린 기록이었다.
피리수아는 다양한 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을 경험하도록 스포츠 약소국에 주는 보편성 쿼터, 일명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선수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100m 자유형에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지만 올림픽 정신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적도기니 수영선수 에릭 무삼바니를 떠올리게 한다.
'뱀장어 에릭'이라는 별명의 무삼바니는 국제 규격을 갖춘 수영장에서 훈련하기는커녕 이를 구경도 못 해봤지만, 올림픽에 초청돼 결국 경기를 완주했고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솔로몬제도에서는 피리수아의 출전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리수아는 원래 마라톤 등 장거리 종목 전문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5천m,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마라톤 경기에 출전했다.
솔로몬제도에 여자 단거리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마틴 라라 솔로몬제도 NOC 위원장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라라 위원장에 따르면 솔로몬제도 육상 연맹은 지난 4월 피리수아를 와일드카드 선수 후보 명단에 올려놨다. 다만 당시에는 특정 종목을 정하지 않았다.
이후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서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할 선수를 추천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단거리 선수인 조비타 아루니아를 추천했다. 하지만 선수 등록 기간이 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라라 위원장은 오세아니아 육상 협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일드카드를 포기할 경우 다음 올림픽에도 초청받을 수 없고 벌금도 내야 해 어쩔 수 없이 이전에 등록했던 마라토너 피리수아를 100m 대회에 내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솔로몬제도 내에서는 은퇴를 앞둔 피리수아에게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이라는 '은퇴 선물'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아루니아는 자신이 100m 경기에 출전하지 못 한 것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는 육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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