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크라 회복 영토의 거의 2배…"러 진격 지속, 우크라 방어 균열"
"우크라 병력 부족에 선택과 집중 필요"…"국민 57% 종전협상 원해"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힘겹게 회복한 영토의 거의 2배를 최근 3개월 새 러시아군에 내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핀란드의 군사연구단체인 블랙버드그룹의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은 러시아군이 올해 5월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가 약 59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서울 면적(60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6월 1일부터 석 달간 대반격에 나서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회복한 영토 321㎢의 약 1.8 배에 달하는 땅을 최근 러시아군에 빼앗긴 것이다.
군사작전에 정통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FT에 "우리 방어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서 '전술적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며 상황이 반전되지 않는 한 러시아군의 추가 진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군사 분석가들의 설명과 전투 영상, 우크라이나 군인 및 고위 관료 인터뷰를 토대로 러시아군이 지난주 도네츠크주 포크롭스크와 인근 토레츠크 외곽에서 15㎞ 이내로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이웃 마을인 니우요크 일부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포크롭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허브 가운데 하나로, 도네츠크주 방어의 핵심축이다. 토레츠크와 니우요크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방어선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주말에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차시우야르 지역 일부를 점령했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모두 손에 넣으면 이를 전진기지 삼아 크라마토르스크 등 다른 주요 도시로 진격할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길이 1천㎞에 달하는 동부 전선에서 병력과 무기가 부족한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6일 자국 접경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한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이날 오전 8시께 최대 300명의 우크라이나 병력이 탱크 등의 지원을 받으며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주둔하는 쿠르스크주 니콜라예보-다리노와 올레시냐 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프란츠-스테판 가디 연구원은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진격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주로 보병을 비롯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번 달에 도네츠크주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이 연초에 사용했다가 접은 '능동적 방어' 개념을 다시 꺼내 들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병력 상황을 고려할 때 모든 영토의 방어가 어려운 만큼 방어 전선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디 연구원은 "영토를 포기한다는 의미일지라도 제한된 병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립민주주의연구소와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57%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착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0% 이상은 평화를 대가로 러시아에 영토를 넘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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