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전국 임차인 절반이 비아파트 거주…주거사다리 '흔들'

입력 2024-08-08 06:01  

[서미숙의 집수다] 전국 임차인 절반이 비아파트 거주…주거사다리 '흔들'
비아파트 보증부 월세 거주, 38%로 가장 많아…자가 비율 35%도 안돼
인허가 5년전의 3분의 1로…취약층 주거안정 위협에 "공급시스템 점검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전세 또는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에 거주하는 임차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택 유형은 무엇일까.
지난해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세, 월세 등 임대로 거주하는 임차인의 절반가량은 다세대·연립·다가구 등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 취약층의 월세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최근 비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감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등 서민 주거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 민간 임대주택 절반 비아파트 의존…보증부 월세가 가장 많아
8일 주택산업연구원과 연합뉴스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 총 2천144만8천가구 가운데 임차로 거주하는 가구(무상 거주 제외)는 831만8천가구였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14만2천가구(49.8%)가 다세대·다가구·연립 등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이 아닌 민간의 사적 임대주택의 절반을 비아파트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는 자가 보유자를 포함한 전체 조사 대상 가구 수의 19.3%에 달하는 것으로, 아파트(299만2천가구), 일반 단독주택(24만4천가구), 오피스텔(58만9천가구), 고시원(26만8천가구) 등에 거주하는 임차인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비아파트 거주 가구 중 자가는 34.8%에 그쳤다.
보증부 월세 거주 가구가 37.9%로 가장 많았고, 전세 가구 21%, 월세 가구 2.9% 등 61.8%(무상거주 3.4% 제외)가 임대료를 내고 전월세 형태로 거주했다.
이에 비해 아파트와 일반 단독주택은 자가 거주 비중이 각각 70.6%, 81.9%에 달했다.
다세대·다가구·연립 등 비아파트에는 전월세 임차 가구가, 아파트와 일반 단독주택에는 집주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점유 형태별로는 전세 가구의 42.4%, 보증부 월세 가구의 56.7%, 순수 월세 가구의 37.3%가 비아파트에 거주했다.
주거비가 비싼 서울은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임차가구의 비중이 더 높았다.
서울에서 전세와 월세 등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는 216만1천가구(무상 거주 제외) 가운데 59%에 달하는 127만5천가구가 비아파트에 거주했다.
서울 전체 조사 대상 404만7천가구의 31.5%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자가 비중은 65.1%에 달했으나, 비아파트 거주자의 자가 비중은 30.8%에 그쳤다.
비아파트에는 보증부 월세 거주자가 3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세 거주자가 자가 거주자와 동일한 30.8%, 순수 월세가 0.4%(무상 거주 2.1%)를 차지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낮은 비아파트는 월세 거주자들의 가장 중요한 거처 유형"이라며 "아파트에 살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청년가구, 외국인 가구 등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비아파트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작년 인허가 물량 5년 전의 3분의 1로 '뚝'…서민주거안정 대책 세워야
그러나 최근 비아파트 공급 물량은 지속해서 급감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다가구(동수)·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18년 약 14만8천가구에 달했으나, 2022년 9만4천141가구로 줄더니 지난해는 2018년의 3분의 1 수준인 5만1천132가구로 급감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비아파트의 인허가 물량이 총 1만8천332가구로, 지난해의 35.9%에 그치고 있다.
공급 물량 감소에는 공사비 급등, 금리 인상 등의 악재와 함께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 크다.
실제 2018년 5만9천652가구에 달했던 다세대 인허가 물량은 전세사기 후폭풍으로 인해 지난해 9천116가구로 크게 줄었다.
빌라 공급의 원천이 되는 단독주택과 땅값이 오르면서 사업성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최근 심각한 비아파트 공급 감소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주거 약자층인 월세 거주자의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빌라 기피 현상과 공급 감소는 현재 아파트 전셋값 상승에 이어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빌라 등 서민주택 공급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영세 주택업자 위주의 공급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
중소 등록 주택건설사업자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가 공급한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19년 기준 8천431가구였다. 이는 당시 전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10만9천806가구)의 7.7%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회원사의 비아파트 공급 물량이 3천527가구로, 전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의 6.9%에 그쳤다.
나머지 비아파트 공급 물량의 90% 이상은 대부분 등록 주택건설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인이나 영세한 법인이 신축판매업 면허를 받아 공급했다는 얘기다.
이들 개인 건설사업자는 자금력 등이 취약해 경기침체와 고금리 시대에 도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빌라를 지었다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분양에 실패하면서 단일 세율로 납부했던 취득세가 중과될 처지에 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공급 위축을 가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등 주택 전세·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달리 건축 기간이 1년 이내로 짧아 시장 요구에 따라 단기간 내 공급이 가능하면서 경기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주거비용이 높은 아파트에 입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결국 빌라 등 비아파트에 거주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공급이 줄어들 경우 아파트 시장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사업자가 안정적으로 비아파트 공급을 할 수 있도록 대출 등 금융과 세제·인허가 등 각종 제도 환경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빌라 등 비아파트의 60% 이상이 임대용으로 쓰이는 만큼 현재 규제가 많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보완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추가로 발표할 주택 공급대책에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보완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무분별한 빌라 공급이 전세사기 등의 빌미를 제공한 만큼 임차인 등 서민 보호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현재 빌라의 문제는 영세한 개인 주택업자들이 공급하면서 분양가가 투명하지 않고, 고액 전세를 놓고 나 몰라라 하면서 전세사기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라며 "공급 확대를 위한 지원은 하되 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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