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러 남서부 격전…"350㎢ 면적 장악"
"미, 자국 무기 러 본토 투입에 '반대 표명'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를 이용해 개전 후 최대 규모로 러시아 본토를 급습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병력을 진입시켰고 이후 사흘간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비록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 3개 마을을 점령했다거나 국경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가스 시설을 장악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전언도 이어지고 있다.
개전 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우크라의 이번 러시아 본토 급습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지원한 무기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급습에서 장악한 러시아 쿠르스크 영토는 350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쿠르스크 전선을 따라 우크라군은 전투 차량을 도열했으며, 러시아는 제트기를 띄우면서 양측 격전이 이어진다고 FT는 전했다.
과거 미국 등 서방은 자국에서 지원한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꺼렸으나 이번에는 그 어떤 반대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약 330마일(약 530㎞) 떨어진 쿠르스크를 친 목적은 주로 자국에 한정됐던 전장을 러시아 본토로 전환하고,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열세인 다른 전장에서 러시아 병력을 이동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일부 분석가는 우크라가 향후 예상되는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 본토 급습을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번 작전이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방향 진격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고 소개했고, 다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장악하기보다 러시아 부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은 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기를 든 무장세력이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제공한 탱크 등으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정예 공격 여단이 참여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고 WP는 전했다.
동부 전선 하르키우 방어 목적 등에 필요할 경우 자국산 무기를 러시아 본토에 쏠 수 있도록 일부 제한을 푼 미국과 독일은 이번 작전이 방어 성격이라면서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누군가 국경을 넘어 공격해오는 상황을 본다면, 그들도 대응할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만큼,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거들었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도 "독일이 정책 변경을 선언한 것은 러시아 침략자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와 러시아 모두 사흘째 전투가 이어지는 쿠르스크의 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익명을 요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의 보좌관은 자국군이 100㎢ 규모의 러시아 영토를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또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등이 게시된 영상을 보면 쿠르스크에서 미국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독일산 마다르 장갑차 최소 한대가 러시아 측 국경 안쪽에서 전투에 참여한 모습이 등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저녁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고 쿠르스크 작전의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인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우리는 전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고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