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불리기' 나선 삼성전자 전삼노…갈등 장기화 우려

입력 2024-08-11 06:45  

'몸집불리기' 나선 삼성전자 전삼노…갈등 장기화 우려
노조통합·여론전·실태조사 등 사측 압박 이어가
추후 교섭 일정은 '깜깜'…"상호 인정·소통 태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임금교섭 결렬에서 비롯된 삼성전자 노사의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총파업 돌입 25일째인 지난 1일 현업 복귀를 선언했지만, '투쟁 장기화' 방침에 따라 사측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의 대표교섭권은 유지되고 있다. 전삼노의 대표교섭권은 지난 5일까지 보장됐는데, 이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한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전삼노를 비판해온 삼성전자 3노조인 동행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전삼노는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잃게 된다. 다만 동행노조가 이를 위한 체계를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삼노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향후 있을 사측과 새로운 교섭에 대비하고 있다. 교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전삼노는 지난 5일 삼성전자 최초 노조(1노조)인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통합했다. 이에 따라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이자 1노조'가 됐다. 조합원 규모는 3만6천명 수준이다.
또 전삼노는 집행부를 기존 7인에서 11인 체제로 확대했다. 게릴라식 파업 등도 예고한 상태다.
향후 임금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여론전도 시작했다. 전삼노의 요구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닌 '근로환경 개선'이라는 점을 알림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쌓는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전삼노는 지난 5일 인권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와 산재 예방·대응 업무협약을 맺었다.
반올림은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반도체 노동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결성, 현재까지 산재 노동자 권익 보호에 힘쓰는 단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정치권과도 소통 중이다.
전삼노는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정치권 등과의 연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와 맞물려 전삼노는 기흥사업장 6라인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파업 기간 8인치 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손가락 변형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흥 6라인은 8인치 웨이퍼로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라인으로, 수작업 매뉴얼이 많은 공정으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는 근골격제 질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기흥 6라인 내 웨이퍼 박스 물류 작업을 자동화하고,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노사 양측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아직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반도체 업황 회복의 흐름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경쟁력 제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삼노의 지난 25일간 파업에도 생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파업 리스크'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만큼 노사 양측 모두 성숙한 방식을 보이지 못하며 협상이 순탄치 않게 전개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려는 태도가 우선 요구되며, 전삼노도 파업에 대한 학습 비용을 이미 들인 만큼 올해 교섭에서 이룰 수 있는 선을 인식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반도체 호황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에 현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writ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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