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印, 공세적 영향력 '역풍'"…"인접국에 유연성 허용했어야"
"인도, 하시나 정부에 무조적 지지 대신 민주적 개혁 촉구했어야"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최근 반정부 시위 격화로 퇴진하고 인도로 도주한 것을 계기로 인도의 남아시아 내 영향력 약화로 '맹주' 지위가 또 한번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시나 전 총리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에 반대하며 5주간 시위를 벌여온 대학생들을 무력진압해 400여명이 숨지게 한 뒤 지난 5일 돌연 사퇴하고 인도로 피신했다.
그는 2009년 두번째로 총리에 오른 이후 15년간 줄곧 인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시나 정부는 인도 정부와 경제, 외교 정책에서 동조했고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해서는 함께 맞서왔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의 남아시아 역내 전략에서 핵심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런 가운데 방글라데시가 아프가니스탄과 몰디브, 네팔에 이어 정권이 바뀜에 따라 인도가 예전에 역내에서 누려온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고 EFA 통신이 1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인도는 이른바 '인접국 우선' 정책을 구사해왔음에도 역내 인접국들은 잇따라 이탈했다.
네팔의 경우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 소속으로 친중국 성향인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무역협약을 통해 중국과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권좌에 올랐다.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에서도 모하메드 무이주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선에서 인도군 철수 등 친중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뒤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도미노 효과'는 2021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 등 서방군 철수에 맞춰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하면서 시작됐다고 EFE는 짚었다.
탈레반은 미국 지원을 받아온 전임 아프간 정부 집권 20년간 아프간에 투자해온 인도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파키스탄은 줄곧 인도의 역내 영향력을 갉아먹었다.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 식민 지배에서 인도와 함께 독립한 뒤 영유권 문제로 전쟁을 벌여 '앙숙'으로 지내며 친중 정책을 강화해왔다.
이처럼 인도가 점점 주변국 사이에서 고립에 몰린 상황을 두고 외교정책 분석가인 모하메드 지샨은 EFE에 인도의 '평판 위기'는 인도가 역내에서 공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오다가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샨은 인도가 러시아와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내 다른 국가들에도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유연성을 허용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샨은 또 인도가 역내 국가들의 국내 불안정을 이용하기보다는 해당국의 민주적 개혁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인도는 방글라데시의 경우에도 하시나 전 총리를 무조건 지지하는 대신 민주적 개혁을 하라고 촉구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남아시아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파르와 아메르는 인도가 방글라데시에서 신뢰를 되찾으려면 방글라데시 새 정부에 대해 기존과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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