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러 침투' 직전까지 극비 유지…"러군 무방비로 당해"

입력 2024-08-13 17:16   수정 2024-08-13 17:20

우크라군 '러 침투' 직전까지 극비 유지…"러군 무방비로 당해"
병사들에 '급습 작전' 하루 전에야 통보
"언제까지 '러 영토 점령' 가능할지는 불투명"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국경에는 패배한 전투의 잔해와 기습에 놀란 병사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탄약통이 땅바닥에서 나뒹굴고, 버려진 방탄복이 아스팔트 위에 놓여 있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폐허로 변한 러시아 남서부 수드자 국경 검문소 주변을 이렇게 묘사했다.
수드자는 지난 6일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한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한 소도시이다. 이 일대에서 일주일째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이날까지 쿠르스크주의 1천㎢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기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본토에서 이뤄진 외국군의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같은 대대적 작전은 직전까지 극비에 부쳐지며 조심스럽게 계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우크라이나군 여단장에 따르면 고위 장교들조차 '디데이' 직전까지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여단장은 공격 3일 전 부하 장교들을 불러 러시아 공격 계획을 알렸고, 일반병들에게는 공격 하루 전에야 작전에 대해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비밀 유지를 강조한 것은 지난해 단행한 대반격이 실패로 돌아간 뒤 얻은 교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반격 실패 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은 1·2차 세계대전과 중동 전쟁 등에서 이뤄진 성공적인 군사 작전들을 연구했고, 이들 작전의 공통점이 '목표 달성까지 침묵한다'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이번 러 본토 급습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첫 공격 이후 며칠 뒤에야 러시아 침공 사실을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10일에야 러시아 본토 내 군사작전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군 진격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허술한 대비 태세가 노출되기도 했다.
6일 오후 1시께 이뤄진 첫 작전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군인 볼로디미르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장갑차로 대낮에 국경을 넘어 진격하는데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는 그 뒤 곧 "숲속에서 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러시아 부대원들을 만나, 이들 다수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무장 상태로, 우리가 온다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볼로디미르는 설명했다.
한 우크라이나군 소대 사령관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크라이나 침공 뒤 "2년 반 동안 러시아는 방어선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진격으로 러시아 군사력의 분산을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본토에 새로운 전선을 구축해 우크라이나 동부 등 다른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시도는 자칫 우크라이나 병력 분산까지 초래할 위험도 있다. 실제 쿠르스크주 전투 와중에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돈바스 지역을 공격했다고 WSJ는 짚었다.
NYT도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러시아 영토를 점령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라며 이번 진격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지지부진한 전황 속에서 들려온 승전보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는 "모두 러시아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주고 있다"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국경의 한 마을 주민은 러시아 반격 속에서 제때 대피하지 못했지만 아군의 전략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그들(러시아인)에게 교훈이 되길 바란다. 적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hrseo@yna.co.kr
본토 뚫린 러시아…우크라 "영토 1천㎢ 장악", 푸틴 "몰아낼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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