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장례식장 불법 시신 매매 폭로' 변호사, 로펌 이사직서 해임

입력 2024-08-16 15:33  

'中장례식장 불법 시신 매매 폭로' 변호사, 로펌 이사직서 해임
이성화 변호사 "폭로 대가 기꺼이 치를 것"…RFA "관련 소셜미디어 글들 사라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 장례식장에서 불법 시신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폭로한 변호사가 소속 로펌의 이사직에서 해임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시 사법국은 지난 13일 이성화(易勝華) 변호사가 융저 로펌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융저 로펌은 이 변호사가 설립했다.
베이징의 변호사 왕모 씨는 RFA에 이 변호사의 축출은 불법 시신 매매 폭로와 분명히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 사법국에는 과거 많은 변호사와 로펌에 대한 처벌의 배후에 자리한 주위주라는 부주임이 있다"며 "그는 2015년 7월 9일 인권 변호사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설계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이성화의 차례"라며 "이성화의 폭로는 사회에 의미 있는 행동이지만 그는 베이징 사법국에 의해 처벌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에서는 당국이 2015년 7월 9일부터 약 300명에 달하는 인권변호사와 활동가들을 국가 정권 전복 혐의 등으로 체포한 '709 검거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또다른 변호사 탄모 씨는 이 변호사의 해임이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적은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성화 뿐만이 아니다. 쓰레기 기름 스캔들을 폭로한 기자들도 박해받았다"며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려는 누구라도 공격당하고 보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변호사는 지난 8일 중국 중부 산시성 타이위안시 공안국이 지난 5월 작성한 시신 절도·모욕·훼손 사건 관련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산시성 아오루이생물재료유한회사는 2015년 1월부터 작년 7월까지 남부 쓰촨성과 광시좡족자치구, 동부 산둥성 등지에서 시신과 시신의 일부를 불법으로 사들이고, 이를 인체 이식 재료 제품으로 만든 혐의를 받는다.
수사당국은 이 업체로부터 치아 임플란트 등 인체 골격 재료 및 반제품 18여t과 완제품 3만5천77건을 압수했다.
이 업체 최고경영자(CEO) 쑤모 씨는 2017∼2019년 도급·지분 매입·인력 파견 등 방식으로 장례식장 네 곳의 화장장에 대한 통제권을 거머쥔 뒤 화장장 직원들을 시켜 시신을 훔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지시에 따라 빼돌려진 시신은 화장장에서 대강 해체돼 업체로 운반됐고, 일부 시신은 업체 안에서 해체됐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쑤씨는 이런 식으로 화장장 네 곳에서 자신의 회사에 제공된 시신이 4천여구라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이 변호사의 폭로는 펑파이 등 여러 중국 매체를 통해 전파됐다.
그러나 베이징 사법국은 이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경고했고, 이후 이 변호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이처럼 분노케 하는 진실을 폭로하는 대가를 기꺼이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RFA는 전했다.
RFA는 이어 "이성화의 해임과 함께 중국의 검열도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불법 시신 매매와 관련한 이 변호사의 모든 게시글과 함께 관련 콘텐츠와 댓글도 상당수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해당 사건을 심층 보도한 펑파이의 기사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장례 업계에 만연한 부패를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 안후이·광둥·장쑤·장시·지린·랴오닝·쓰촨·윈난성의 감찰 당국이 장례식장과 유사 기관 직원들에 의한 수많은 법률 위반 사항을 적발해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의 폭로가 나온 지 6일 만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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