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러 본토 기습하느라 격전지 동부는 전투력 허덕

입력 2024-08-16 15:52   수정 2024-08-16 18:27

우크라군, 러 본토 기습하느라 격전지 동부는 전투력 허덕
병력·포탄 부족, 병참서 몇달씩 보내는 병사도
"열악한 동부 전선서 전력 빼 러 본토 기습은 '도박'"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해 진격 중이지만 러시아와 격전 중인 동부 지역에서는 전투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에 병력과 포탄 공급이 충분치 않아 고전하고 있으며, 일부 병사는 참호에 틀어박혀 몇달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개시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 급습으로 거의 1년 만에 특정 지역에서 전술적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삐걱거리던 동부 전선에서 병력과 무기를 옮겨가 실행한 작전으로, 나쁜 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는 도박이었다고 WSJ는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올여름 빠른 속도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확보했으며, 지금은 우크라이나군 동부 물류·병참 기지인 포크로우스크를 향해 가고 진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선 포크로우스크를 잃을 경우, '전략적 요충지' 차시우야르를 포함해 북동쪽에서 전투 중인 자국군에 물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 이날 포크로우스크시는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촉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동부 지휘관들은 올여름 내내 상황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또 러시아 본토 기습이 시작된 후에도 러시아군이 공세를 완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탄약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는 10대 1꼴로 포병 화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파 방해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도 무력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병력 부족이다.
도네츠크주 크라스노호리우카에서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한 대대 사령관은 "우리에겐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만한 인력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이제 러시아군이 우크라군보다 5배 많은 병력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속 대대 사상자의 약 20%만이 신병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동원된 병력은 거의 개전 초기 자원병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말했다. 보병의 평균 연령은 40세를 넘어섰다.
그는 또 대체 병력이 없는 탓에 병사들이 참호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참호에서 각각 105일, 50일을 보낸 병사들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 2개월간 차시우야르에 주둔했던 한 육군 소령은 5∼6명 배치해야 하는 곳에 2∼3명을 배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병력 부족으로 요리, 정비 담당을 비롯해 다른 후방 인력들이 참호에 배치됐다며 "적이 약점을 찾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수석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병력 부족은 지난 여름 공세 실패로 사상자가 발생한 여파라고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지금 징집 중인 병력이 훈련받고 전투에 참여할 준비가 되는 내년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말까지는 서방의 포탄 생산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예비군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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