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아드레 국경 검문소 3개월간 열기로
"매일 최소 100명, 굶주림으로 죽어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심각한 식량 위기에도 주요 구호품 보급로를 차단해 비판받아온 수단 정부군이 15일(현지시간) 보급로 개방을 허가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이 주도하는 주권위원회는 이날부터 3개월간 수단 서부 아드레 국경 검문소를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아드레 국경 검문소는 이웃나라 차드와 접경한 곳으로, 수단 내로 구호품이 전달되는 주요 통로다. 특히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한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수단 정부군은 무력 충돌 중인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FS)의 무기 밀수 차단 등을 이유로 이 검문소를 지난 2월 폐쇄했다.
국제사회는 수단 정부군이 국민들을 인도적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달 1일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수단 서부 노스다르푸르주의 잠잠 난민 캠프의 기근 발생을 선포하며 "분쟁으로 대량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식량 공급 경로가 끊겼을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도 제한돼 이미 심각한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 차석대사는 지난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매일 최소 100명이 수단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수단 군부가 "대규모 지원이 가능한 가장 직접적인 통로"인 아드레 국경 검문소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수단 정부군이 기존 입장을 접고 국경 일시 개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짚었다.
수단 내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수단 정부군의 휴전 회담 참석 거부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군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국경 개방 결정을 내린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수단 정부군은 미국의 주도로 전날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휴전 회담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미국은 수단 정부군 없이 회담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RFS 역시 회담 직전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단에서는 지난해 4월 15일 정부군과 RSF의 무력 충돌 발발 이후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구호요원 등을 공격해 원조를 방해하거나 약탈하는가 하면 기반 시설을 겨냥해 공격하는 등 전쟁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양측의 분쟁으로 지금까지 수단 전역에서 수만 명이 숨졌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초래됐다.
폭력 사태를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도 1천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220만명 이상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