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군 각각 진지 구축해 사실상 '장기전 채비'
러, '용의 이빨' 설치해 차단작전…우크라 "점령지 민간인 지원 준비"
(모스크바·베를린=연합뉴스) 최인영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서 열흘 넘게 교전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6일(현지시간) 각자 진지를 구축하며 사실상 장기전 채비에 들어갔다.
이날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는 점령지를 넓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쿠르스크에 러시아군 진지가 구축되고 전차 진입을 막기 위한 도랑과 사각뿔 모양의 '용의 이빨'(용치)도 설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지점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새로운 부대들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군사력이 증강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활동은 거의 멈췄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나스타시옙카에서 서쪽으로 1㎞, 카우츠크에서 남동쪽으로 1.5㎞ 거리의 본토 깊숙한 곳으로 진격하려는 적군을 저지하는 등 침투 시도를 계속 격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220명, 전차 4대,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발사기 3대 등을 잃었으며, 누적 병력 손실은 최대 2천869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일부 지점에서 1∼3㎞ 진격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하루 최대 1.5㎞, 지난 6일 본토 기습 이래 35㎞ 진격해 서울 면적의 2배 가까운 1천150㎢에서 82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저녁 연설에서 "러시아의 모든 진지에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하고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병참을 파괴하고 비축물자를 고갈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속도가 느려진 가운데 일부 지점에서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민간인 피해를 강조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각종 민간인 지원을 준비한다며 전쟁규칙 위반 논란을 차단하고 나섰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쿠르스크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글루시콥스키 지역에 있는 세임강의 다리를 파괴해 육로 대피로 일부가 차단되면서 민간인 대피가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쿠르스크주 보건차관 파벨 알리멘코는 우크라이나의 기습 이후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민간인 14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쿠르스크와 인접한 자국 수미 지역에 인도적 지원물품을 보내기 위한 저장시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양방향으로 대피 통로를 내기로 한 데 이어 전날은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점령지에 군 지휘통제소를 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쿠르스크 남쪽 러시아 영토 벨고로드 등 다른 전선에서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쿠르스크에 이어 비상사태가 선포된 벨고로드는 집중 공격을 받는 5개 마을 주민을 이주시키고 이 마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가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파괴하기 위해 발사한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12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보안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해병대가 쿠르스크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 부대를 제거했다면서 이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의 소형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해병대가 노획한 서방 무기는 스웨덴 AK5C 자동 소총, 미국 M-4 자동카빈과 M2 브라우닝 기관총 등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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