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갈등 감수 쉽지 않은 中, 비무장화·외세개입 불허 합의 도출해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남중국해 분쟁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중국 전문가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중국 정부 산하 남중국해연구원 우스춘(吳士存) 원장은 19일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의 중국과 필리핀 간 충돌을 언급하며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6월 17일 토머스 암초에서 마체테(대형 벌목도), 도끼, 봉, 망치 등으로 무장한 다수의 중국 해경이 모터보트를 이용해 비무장 상태 필리핀군 병사들이 탄 보트를 고속으로 들이받는 등 격렬하게 충돌한 바 있다.
우 원장은 "당시 충돌 중에 (중국 해경이) 필리핀 측으로부터 총기를 압수했고, 이 과정에서 실수로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었다"면서 "전쟁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으로선 필리핀 동맹인) 미국이 개입해 중국과 직접적인 갈등을 빚게 되는 걸 감수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장악 행보에 맞서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외치며 군용기·군함은 물론 항공모함까지 파견하면서 충돌 위기 상황이 종종 발생한 바 있다.
실제 중국 전투기와 군함이 미군 정찰기와 함정을 겨냥한 초근접 비행·항해로 일촉즉발 상황이 조성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으로 봉합되기도 했다.
우 원장은 작금의 남중국해 상황에 대해 "미국이 지난 4월 필리핀·일본·호주와 처음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한 이후 이전의 정치·외교 영역에서 군사·안보 영역으로 확장했다"며 "미국의 이런 '탈(脫)중립' 태세에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가 가세해 분쟁 해역에서 입지를 확장 중"이라고 짚었다.
그동안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긋고 그 안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해오고 있으나, 필리핀·베트남 등은 강력하게 맞서왔다.
필리핀은 이미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로부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근거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은 아세안과 2002년부터 해양 행동강령 제정으로 분쟁 해결을 모색해왔으나, 아직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한 상태다.
우 원장은 "이제 행동강령에 따른 질서를 만들겠다는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들의) 동기가 약해졌다"면서 그 대신 분쟁 파고가 더 높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이 PCA에 재차 소송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그걸 통해 런아아이자오(토머스 암초)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황옌다오(黃岩島·스카버러 암초)를 차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원장은 베트남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해 베트남이 근래 남중국해에 길이 3㎞의 활주로가 가능한 인공 섬기지를 건설 중이며, 이는 차후 미국·일본 등과 안보 협력에 제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우 원장은 베트남이 지난 6월 필리핀에 남중국해 대륙붕 협상을 요구했다면서, 중국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지난달에는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각각 자국 인근 남중국해의 200해리(약 370㎞) 한계를 넘는 대륙붕의 바깥쪽 일부에 대해서도 배타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공식적인 검증을 요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
중국은 필리핀과 베트남 간 대륙붕 경계 획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 원장은 남중국해 분쟁 해법으로 인공 섬 건설 등을 지양하고 과학기지·환경연구센터·해양 관측소 등의 건설을 포함한 비무장화를 하는 한편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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