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잦아진 기상이변 탓"…"해치 열어놔 삽시간 침수"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기후변화 탓인가, 인재인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 7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영국 선적 호화요트 '바이에시안'호 침몰 사고의 원인 추정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향후 관련 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기후변화로 흔해진 '바다의 토네이도' 용오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과 함께 기상이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기후변화가 부른 '바다의 토네이도'가 강타"
목격자들은 바이에시안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용오름은 소용돌이치는 물기둥이다. 기상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이에시안호가 강력한 용오름의 강타로 전복되며 침몰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 용오름에 높이 75m의 대형 돛대가 부러지고, 열려 있던 해치(사람 출입이나 화물 운반을 위한 갑판의 구멍)를 통해 바닷물이 들어차 요트가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정박해 있던 다른 요트의 선장 카스텐 보너는 당시 "매우 강한 허리케인 돌풍이 있었다"며 "바이에시안호의 돛대가 구부러지며 부러지는 것을 봤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런 물기둥이 바이에시안호의 사고 당일 이탈리아 앞바다에서만 18개 나타났는데,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칠리아를 둘러싼 서부 지중해는 6월 중순부터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섭씨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간 이맘때 평균보다 4도 높은 것이다.
지구 과잉 열의 약 90% 흡수하는 바다가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용오름 같은 기상 이변이 흔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마이크 메러디스 교수는 "모든 열이 바다로 들어가고 있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 승무원이 해치 열어놓은 탓?…"빠르게 바닷물 유입되며 침몰"
바이에시안호 침몰의 주된 원인으로 무더위에 통풍을 위해 밤새 해치와 창문을 열어 놓은 것에 두는 시각도 있다. 침몰 전날 기온은 약 33도까지 올라갔다.
요트 전문가들은 바이에시안호의 해치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침수되며 가라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잡지 '세일링 투데이'의 편집자 샘 제퍼슨은 "날씨가 뜨거워 모든 문이 열려 있었고 이 때문에 바닷물이 (요트에) 매우 빨리 차며 그렇게 가라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당국도 승무원이 열어 놓은 해치가 침몰의 원인인지 조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로이터 통신에 초기 조사의 초점은 용오름이 요트를 강타하기 전 승무원이 해치를 닫지 못했는지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 메르칼리 이탈리아 기상학회장은 기상 경보를 고려해 요트 승무원들이 승객을 깨우고 구명조끼를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수사에 착수한 이탈리아 검찰은 침몰이 인재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상이변에 의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한 영국 해양조사국도 현지 검찰의 수사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에시안호 침몰 사고로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15명이 구조됐지만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에는 '영국의 빌 게이츠'란 별명을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의 창업자 마이크 린치와 그의 10대 딸이 포함됐다.
이틀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아직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kms1234@yna.co.kr
순식간에 호화요트 삼킨 폭풍우…'영국의 빌게이츠'와 딸 실종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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