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와 갈팡질팡, 혼란의 4년 더 필요없다…속편은 더 나빠" 트럼프 저격
"위기의 순간 민주주의 구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결단' 바이든에 감사
(시카고=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불타오르고 있다. 나갈 준비가 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미국 정치사를 새로 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20일(현지시간)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원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못지않게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내 인생의 사랑"이라는 소개와 함께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마존 여전사의 모습으로 등장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은 부인과 포옹을 나눈 뒤 연설을 시작했다.
시카고가 낳은 정치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고향에 오니 좋다"며 "비록 내가 미셸 오바마 다음에 연설하는 멍청이일지라도 나아갈 수 있는 기분이 든다"는 농담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영광을 안은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며 "후보가 된 후 내가 한 최고의 일은 부통령 후보로 조 바이든을 선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와 나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형제가 되었으며, 나는 그를 존경하게 됐다. 그는 똑똑할 뿐 아니라 연륜이 풍부했고, 공감 능력이 있었으며 존엄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는 "상대 당이 개인숭배로 치달을 때 우리는 꾸준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지도자, 자신의 개인적 야망을 나라를 위해 내려놓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단에 감사를 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재임 이후 그의 든든한 정치적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지난 6월말 첫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고령리스크 논란이 급격히 불거진 이후에는 바이든 후보 사퇴 압박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불식하려는 듯 "역사는 조 바이든을 절대적인 위기의 순간 민주주의를 구한 뛰어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나는 그를 나의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고, 그를 나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한층 더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지지자들은 "고마워 조"를 연호하며 이에 호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제 횃불은 넘겨졌다"며 해리스 부통령 당선을 위한 당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 모두가 미국을 위해 싸울 때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믿을 수 없는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싸움이며, 팽팽하게 양분된 나라에서 벌어지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여기 모인 오늘 밤, 이 선거를 결정할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고 있다: 누가 나를 위해 싸울 것인가? 누가 나의 미래, 나의 자녀들의 미래, 그리고 우리 공동의 미래를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가지는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문제들로 밤잠을 설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허세와 갈팡질팡, 혼돈을 4년 더 경험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 영화를 이미 보았고, 보통 속편은 한층 심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은 이제 새 장으로 넘어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을 위해 준비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임 시절 주요 성과인 의료보험 보장 확대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거론하며 "카멀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수백만을 실질적으로 보살피고, 그들의 매일 매일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대변할 대통령이 필요하다. 카멀라는 그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해리스 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2008년 대선 경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이 같은 여성 법조인 출신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닌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원하며 힘을 실은 뒤 이번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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