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SSG닷컴, 쿠팡과 멤버십 대전…이마트는 가격 경쟁
CJ·SK와 동맹 관계도 구축…'유통 왕좌' 자존심 회복할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신세계그룹이 쿠팡에 내준 유통 주도권을 되찾고자 절치부심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계열사들은 쿠팡과 멤버십 대전에 나섰고,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139480]는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이며 협공하는 모양새다.
특히 신세계 이커머스의 양대 축인 G마켓(지마켓)과 SSG닷컴(쓱닷컴)의 발빠른 행보가 눈에 들어온다.
두 플랫폼은 쿠팡이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공격적인 멤버십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회비 인상에 부담을 느껴 탈퇴를 고심하는 '쿠팡족'을 유인하려는 전략이다.
G마켓은 지난 5월 멤버십 연회비를 3만원에서 4천900원으로 대폭 인하하고 1년 무료 연장 혜택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15% 할인쿠폰을 추가하는 등 할인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신규 가입자에게 다음 달 말까지 최대 20회 조건 없이 전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파격적인 혜택도 발표했다.
여기에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T우주와 멤버십 동맹을 체결하면서 외연 확장까지 이뤘다.
SSG닷컴도 지난달 식료품에 특화한 '쓱배송 클럽'을 출시하면서 멤버십 대전에 가세했다. SSG닷컴은 멤버십 갈아타기를 유도하고자 1만5천원 상당의 이사지원금까지 내세웠다.
G마켓과 SSG닷컴이 5월 이후 내놓은 멤버십 혜택 강화 프로모션은 나란히 7개씩이다.
G마켓의 경우 기존 쿠팡 와우회원들의 월회비가 인상된 이달에만 네차례 멤버십 혜택을 발표하며 전례 없는 물량 공세를 폈다.
이처럼 두 플랫폼이 멤버십 역량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는 데 대해 업계에선 쿠팡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신세계의 승부수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지속 성장과 장기 생존 여부가 충성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린 만큼 현재 업계 1위인 쿠팡과 피할 수 없는 멤버십 대전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25일 "'제로섬 게임'으로 변해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사의 충성 고객을 유인해 자사 고객 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업계 판도를 뒤흔들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마켓과 SSG닷컴이 쿠팡의 멤버십 회비 인상을 계기로 그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달 발생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수백만 고객의 이합집산이 본격화한 것은 멤버십 강화에 힘을 쏟을 또 다른 명분으로 작용했다.
신세계가 다른 대기업과의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격화하는 업계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신세계는 지난 6월 CJ그룹과 전방위 동맹 체제를 구축하기로 하고 그 첫 단계로 G마켓과 SSG닷컴의 물류 부문을 통째로 CJ대한통운에 맡겼다. 물류비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다음 달 3일에는 G마켓과 SK텔레콤의 멤버십이 하나로 연결된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T우주가 손잡고 멤버십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3천만회선을 웃도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확보한 SK텔레콤의 고객 기반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외연 확장에 상당한 추동력이 될 것으로 G마켓은 기대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동맹 관계를 맺는 신세계의 방향성은 규모의 경제와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쿠팡을 앞서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신세계의 주력인 이마트가 올 초 '가격파격' 선언과 함께 가격 경쟁의 불씨를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는 신선식품 상품 경쟁력에 가공식품의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 '유통 왕좌'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슈퍼마켓 체인인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 합병한 것은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통합 소싱(조달)으로 규모의 경제를 키우면 상품 가격을 더 인하할 여지가 생긴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장점에, 이커머스에 버금가는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경우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실적도 '턴어라운드'(개선)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이마트는 기대한다.
이마트는 당장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마련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4조2천62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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