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가계대출 불안에 미뤄진 금리인하…역대최장 13연속 동결(종합)

입력 2024-08-22 10:05   수정 2024-08-22 10:28

집값·가계대출 불안에 미뤄진 금리인하…역대최장 13연속 동결(종합)
"통화완화 서두르다 부동산·금융 부작용이 경기회복 효과보다 클 수도"
물가·환율은 비교적 안정…전문가 "미국 9월·한국 10월 인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오지은 기자 = 한국은행이 22일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최근 집값과 가계대출이 다시 뛰는 가운데 너무 일찍 기준금리까지 낮추면 자칫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이자 부담 경감 등에 따른 경기 회복 효과보다 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현재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차(2.0%p)를 고려할 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와 인하 폭 등을 확인한 뒤 내리는 게 최근 다소 안정을 찾은 원/달러 환율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방어하는 데도 유리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추가 인하했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이후 13차례 연속 동결로 3.50% 기준금리가 작년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7개월 9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다음 금통위 시점(10월 11일)까지 생각하면 3.50%는 약 1년 9개월간 유지될 예정이다.
한은 설립 이래 횟수, 기간 모두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 금통위가 이날 다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피벗을 미룬 것은 무엇보다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천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천795억원 더 불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 앞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금리를 한은이 섣불리 인하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 등 부정적 효과가 소비 회복 등 긍정적 효과보다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금리 결정 요소 가운데 물가의 비중은 줄고 반대로 가계부채, 주택가격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며 "여러 지표상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불안하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동결 직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 상황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 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 모두 공감했다"고도 했다.

통화정책의 제1 관리 목표인 물가도 아직 목표(2%) 안착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한 데다 향후 중동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 폭염 속 작황 부진 등의 불안 요소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벗의 물가 요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공공요금 인상 폭을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의 물가 안정 경로가 이탈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구나 피벗의 또 다른 걸림돌이었던 원/달러 환율 역시 9월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한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등으로 최근 1,32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은 금통위가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에 다시 기준금리를 묶었지만,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일부가 이날 회의에서 인하를 주장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두 명의 소수 의견이 확인될 경우, 그만큼 다음 10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실제로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장일치 여부는 오전 11시 10분부터 시작되는 이 총재 기자 간담회에서 드러난다.
현재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9월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은 이르면 10월 피벗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거의 100%로 본다"며 "미국이 낮추면, 한은은 올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0.25%p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도 "미국 연준의 9월 인하는 확실한 것 같고,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 따라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은 미국의 9월 인하를 확인한 뒤 10월에나 낮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buil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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