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전기차 전략' 수정…LG엔솔·SK온, 실적 개선 속도낼까

입력 2024-08-22 13:56  

포드 '전기차 전략' 수정…LG엔솔·SK온, 실적 개선 속도낼까
미국내 배터리 생산 확대…국내 배터리업체 AMPC 수혜 커질듯
하이브리드 모델 집중 등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미국 내 'K-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협력관계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실적 개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배터리업체들은 포드의 전략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업황 둔화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21일(현지시간)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 한국 제조사들과 협력을 강화해 미국 내 생산을 증대하고 생산 일정을 앞당긴다는 내용의 '전기차 사업 효율화 전략'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머스탱 마크-E 모델에 사용되는 일부 배터리의 생산을 내년 폴란드 공장에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단독 공장을 운영 중이다. 공장 규모는 40GWh(기가와트시)로 1년에 전기차 52만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라인이나 생산지를 옮기는 것은 고객 요청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고객(포드) 니즈에 맞춰 협력을 잘해가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는 포드를 비롯해 유럽 완성차 고객 대상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포드용 배터리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생기는 폴란드 공장의 잔여 물량은 다른 완성차업체들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과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은 내년 중반부터 현행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포드는 전했다.
또 블루오벌SK의 테네시주 공장은 내년 말부터 포드의 신형 전기 상용밴을 위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SK온 관계자는 "블루오벌SK 공장 가동 시점은 변함이 없으며, 고객사 전동화 플랜과 시장 환경 변화에 최적의 대응 방안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포드가 자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미국에서 확대 생산하기로 한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IRA에 따라 배터리 부품·소재 요건을 충족하면서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최대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들도 IRA로 인한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볼 수 있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1kWh(킬로와트시)당 셀 35달러, 모듈 45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미국 공장을 많이 가동할수록 돈을 더 받는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 AMPC 혜택을 이미 보고 있는데 이번 포드의 전략으로 그 혜택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AMPC 수혜액은 4천478억원으로, 1분기(1천889억원) 대비 137.1%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영업이익(1천953억원)에서 AMPC를 제외하면 2천525억원의 영업손실이 난 것이어서 AMPC 확대는 실적 개선의 필수 요소다.
SK온은 올해 2분기 4천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385억원이었던 AMPC 규모는 2분기에 190.4% 증가한 1천118억원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포드가 기존의 전기차 생산계획을 수정한 것과 관련해 일부 전략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포드는 배터리 생산 확대 외에도 효율화 전략에 ▲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순수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 백지화 ▲ 순수 전기차 생산 관련한 연간 자본지출 비중 축소(40%→30%) ▲하이브리드 모델 집중 등을 포함했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 전기차와 비교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배터리 탑재량이 절반 이하여서 배터리 물량을 더 팔아야 하는 업체들 입장에선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의 방향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burn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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