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한때 미국 민주당에서 떠오르는 스타였던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연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경찰 출신으로 2022년 역대 두 번째 흑인 뉴욕 시장으로 취임한 애덤스는 19∼22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찾기는 했지만 연사로 나서지는 않았다.
CNN방송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블룸버그TV와도 인터뷰하기도 했으나 눈에 띄는 행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캐런 배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장,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 등 미국 주요 도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줄줄이 연단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고 NYT는 전했다.
애덤스의 전임자인 빌 더블라지오 전 뉴욕 시장도 2016년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바 있다.
뉴욕의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애덤스 시장은 15살 때 남의 집을 털다 붙잡혀 보호관찰 처분을 받기도 했으나 이후 경찰관이 돼 조직 개혁에 앞장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 연사로 초청받지 못한 데에는 이민 정책을 둘러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이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덤스 시장은 2021년 말 시장에 당선된 직후 스스로를 "브루클린의 바이든"이라고 표현하는 등 초반에는 우호적이었지만 지난해 미국 남부 국경으로 들어온 이민자들로 뉴욕시가 몸살을 앓자 "백악관은 아무 도움도 안 준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가 백악관의 이주민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위 보좌관들이 분노했으며 양측 간의 긴장이 고조됐다고 NYT는 전했다.
애덤스 시장은 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도 이민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에는 "서류 가방에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 직후 그는 바이든-해리스 선거캠프의 전국 대리인 명단에서 빠졌다.
애덤스 시장과 자주 논쟁했다는 링컨 레슬러 뉴욕 시의원은 이주민에 대한 시장의 메시지가 민주당에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레슬러 의원은 "이민과 망명 신청자 유입 문제는 지난 몇 년간 국가 정치의 주요 발화점이었는데, 공화당 쪽에서 가장 좋은 논란거리가 애덤스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애덤스 한때 등록 공화당원이었고 여전히 공화당에 가까운 보수적인 성향인 점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푸대접받은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또한 최근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으며, 불법 선거자금 모금 의혹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도 받고 있다.
하지만 당내 보수진영에서는 애덤스 시장을 연사로 올리지 않은 것이 보수성향 지지층을 끌어모을 기회를 놓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덤스 시장과 오래 협력해온 로드니스 비쇼트 허멀린 뉴욕주 의원은 "범죄에 맞서 법을 집행해온 사람인 에릭과 같은 사람이 (전대 무대에) 없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전국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민주당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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