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연설서 해리스는 원칙·이념, 트럼프는 실용주의에 각각 방점
집권시 억지력강화 對 정상외교 통한 '관리'로 북핵접근 엇갈릴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민주·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대북 기조가 한달 간격을 두고 이뤄진 전당대회 연설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 연설에서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트럼프가 독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왜냐하면 트럼프 자신이 독재자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으로서 결코 미국의 안보와 이상을 지키는 일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민주주의와 폭정 사이의 지속되는 투쟁에서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있고, 미국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억압해가며 핵무기 개발로 폭주하고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해가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주민들 인권을 침해하는 김 위원장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톱다운식 정상외교 등을 시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그가 집권할 경우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지도자들에게 실용적 접근보다는 '원칙적' 대응을 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기도 했다.
또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견지해온 억제력 강화 중심 대북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북한이 북미대화 등에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리스가 몸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선물'을 제시하거나 '양보'를 하기보다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안보 공조를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전당대회 마지막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집권 기간 3차례 만났던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관계 수립을 재시도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위원장과 분명한 거리를 둔 채 억제력 강화를 통해 북한발 핵 위협을 통제하려 하는 현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결정권자인 김 위원장과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위협을 '관리'하려는 기조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한 김 위원장 관련 발언에는 각자의 논리와 장점이 있지만 '논박'의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의 '거리두기'와 '선명한 원칙주의'가 실용적 접근에서 완전히 멀어질 경우 자칫 오바마 행정부 때 논쟁 소재였던 이른바 대북 '전략적 인내'의 속편으로 연결되면서 북한 핵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더 벌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일각에서는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한 북핵 '관리' 방안은 비핵화 목표 없이 구체화할 경우 '북핵 용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 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북한의 대미(對美) 핵타격 수단이 될 수 있는 무기 체계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눈감아 주는 식의 대북 접근법을 택할 경우 북미 관계는 개선되더라도 한국은 항구적인 북핵 위협의 그늘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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