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절차서 女대우" 요구해 여성 폭력 전문 법원 비껴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가정 폭력 전과가 있는 한 스페인 남성이 여성 폭력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원의 재판을 피하기 위해 법적 성별을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4년 한 남성은 여성 폭력 법원으로부터 피해 여성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 남성은 2019년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를 또다시 협박한 혐의로 같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항소심 등을 거쳐 지난해 징역 15개월 형을 확정받았으나 정부에 사면을 요청해 형 집행 연기에 성공했다.
이 남성은 그사이 피해자를 다시 괴롭혔다가 경찰에 체포되자 "지난해 8월 성별을 바꿨다"며 "모든 사법 절차에서 여성으로 대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과거 이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한 여성 폭력 법원은 가해자의 법적 성이 '여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해당 사건을 심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5년 처음 설치된 여성 폭력 법원은 여성을 상대로 '남성'이 저지른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등을 전문으로 다룬다. 접근 금지 명령 같은 보호조치나 심리 지원, 법률 지원 등 피해자를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피해자의 변호사인 호세 안토니오 시레스는 "젠더 폭력 전과가 있는 남성이 특정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문 법원이 아닌 일반 형사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려는 것"이라며 "이는 성전환법을 악용한 사기"라고 비난했다.
변호사는 "내 의뢰인은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으며, 더 이상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고 개탄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성전환 관련 법이 개정돼 심리적 또는 생활 방식상의 이유로 법적 성별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은 의학적 소견 없이도 간단히 성을 정정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인 평등부는 이 사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유죄 선고를 피하기 위해 성별을 바꾸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젠더 기반 폭력 혐의에 더해 신분증 같은 공문서 부정 변경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평등부는 올해 성별 변경이 이뤄진 6천건 가운데 사기성으로 드러난 건 0.001%에 불과하다며 법을 악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