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정쟁 소용돌이서 과부하…"조직 건강 심각하게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약 2년째 정쟁 한가운데 놓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정상적인 조직 운영 상황을 겪으면서 직원들의 피로도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지난 13일부터 방통위에 제공 중인 마음건강센터 심리지원 프로그램의 진단 및 심리상담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방통위 전체 직원의 35.2%에 달하는 101명이 진단 검사를 받았으며 적지 않은 직원의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 초과근무와 연가 사용 현황을 봐도 방통위 직원들의 피로도를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8월 말 기준 직원들의 총 초과근무 시간은 1만629시간이었으나 지난해는 1만3천88시간, 올해는 1만8천407시간으로 급증했다.
공휴일 월별 초과근무 시간 역시 2022년 8월 말 1천935시간에서 작년 8월 말 2천846시간으로 급증했고, 올해 8월 말에도 2천652시간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연가 사용 현황의 경우 2022년 8월 말에는 2천629일이었으나 작년 8월 말 2천22일, 올해 8월 말 1천736일로 2년 연속 급감한 것이 확인됐다.
방통위는 2022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줄곧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22년 하반기에는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TV조선에 불리하게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수개월간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국·과장과 심사위원장 등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한상혁 전 위원장도 면직됐다.
김효재 전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KBS 이사진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등이 시도되면서 숨 가쁜 날들이 지나갔고 김효재·김현 전 위원이 퇴임한 후에는 줄곧 5인 정원 중 1인 또는 2인 체제가 유지됐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 구조 재편과 허위 조작정보(가짜뉴스) 근절 등에 힘을 쏟았으나 취임 3개월 만에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사퇴했다. 이에 이상인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후임으로 온 김홍일 전 위원장 역시 지상파 재허가, YTN[040300] 최대 주주 변경, 통신비 절감 등 이슈에 주력했으나 방문진 이사 선임을 앞두고 탄핵안이 발의돼 반년 만에 사퇴했다.
이에 또다시 이상인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으로 나섰지만, 이 부위원장 역시 야당 주도의 탄핵안 발의를 피하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스스로 물러났다.
뒤이어 지명된 이진숙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건을 완료하자마자 탄핵당해 현재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 1인 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이른바 '방송장악 청문회'와 업무보고 등 국회 일정이 매주 이어지고 있어서 직원들의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인사처는 공직 사회에서 직무 스트레스, 업무 중압감, 과로로 인한 공무상 자살 등 공직 재해가 최근 2년간 배로 증가한 상황을 고려해 방통위 직원들에게도 집단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실제로 주요 간부 중 물리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수술 및 치료를 받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며 "직원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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