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인도 전 잠적한 뒤 독일 체류허가 받아
'극우 텃밭' 선거 앞두고 포용적 난민정책 전환 요구 폭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지역 축제장에서 흉기 테러를 저지른 시리아 출신 용의자를 지난해 추방하려 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의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포용적 난민정책을 전환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2022년 12월 독일에 입국해 망명을 신청했다. 이민당국은 이 남성이 독일에 앞서 머물렀던 불가리아로 보내려 했다. EU 난민조약인 더블린 조약은 난민이 EU 역내에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불가리아 당국도 인계에 동의했으나 용의자가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추방이 무산됐다. 용의자는 송환 기한이 만료된 뒤 인도적 체류허가에 해당하는 보충적 보호 결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 23일 밤 테러를 일으킨 독일 북서부 졸링겐의 난민센터에 거주해왔다.
독일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에 대해 망명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고국 치안 상황을 고려해 체류를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범죄가 잇따르면서 망명 자격이 안 되는 난민은 출신국에 돌려보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반이슬람 운동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경찰관을 살해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도 망명 신청이 거부됐지만 추방되지 않고 독일에서 보충적 보호를 받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시리아 내전 상황을 감안해도 "민간인에게 심각한 생명의 위협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반드시 내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국적자는 지난해 기준 97만2천여명이다.
이번 테러는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출신 범죄자를 강제 추방하고 공공장소에서 소지할 수 있는 흉기를 칼날 길이 12㎝에서 6㎝로 제한하는 등 각종 범죄 대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달 1일 튀링겐·작센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난민정책을 대폭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과 작센은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율이 30%를 오르내릴 만큼 반이민 정서가 강하다.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옌스 슈판 원내부대표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청년들이 몇 년간 매일 수백명씩 독일과 유럽에 들어온다"며 불법이민에 맞서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사건 현장에서 "독일에 머물러선 안 되는 사람을 인도하고 추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흉기소지를 제한하는 무기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흉기가 아니라 흉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들은 대부분 난민이고 대부분 범죄의 배후에 이슬람주의 동기가 있다"며 "순진한 이민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6세 남성인 용의자는 지난 23일 밤 졸링겐의 축제 행사장에서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살해했다. 부상자 8명 가운데 4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용의자는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히자 이튿날 자수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는 전날 용의자가 보내왔다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거듭 배후를 자처했다. 복면을 쓰고 흉기를 든 남성은 시리아·이라크·보스니아에서 벌어지는 무슬림 살해와 시오니스트(유대인 민족주의자)의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연방검찰은 전날 살인과 테러조직 가입 혐의로 용의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용의자가 IS 이념과 급진 이슬람주의에 경도돼 가능한 한 많은 '이교도'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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