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학살 조선인 추도문 놓고 日사이타마 지사 "송부 긍정 검토"(종합)

입력 2024-08-27 20:10  

간토학살 조선인 추도문 놓고 日사이타마 지사 "송부 긍정 검토"(종합)
8년 연속 거부한 고이케 도쿄지사와 대조적…도쿄도 청사 부근서 항의집회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경수현 특파원 =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올해로 8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가운데 오노 모토히로 사이타마현 지사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오노 지사는 다음 달 4일 현 내에서 열리는 조선인 학살 희생자 민간 추도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이타마현은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추도문 의뢰를 받고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 결론 나면 오노 지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와 관련해 처음으로 추도문을 보내게 된다.
오노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언비어에 근거해 조선인 학살이 있었다는 것에 아픈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며 "재해 시 불확실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바와 이바라키현 등 간토 지방 다른 5개 현 측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관련 추도 행사 개최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에 밝혔다.
이들 현은 또 도쿄신문이 추도문 의뢰를 받았을 경우 지사 대응 방침을 묻자 "내용을 근거로 판단하겠다"라거나 "가정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개최하는 실행위원회는 올해도 고이케 도쿄지사가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전날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실행위는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이재민에 대한 추도와 사람의 손에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에 대한 추도는 의미가 다르다"면서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자치단체장으로서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루 뒤인 이날 도쿄도 청사 부근에서는 재일 한국인과 일본인 대학생 등 약 100명이 참여한 가운데 항의 행진 시위도 열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조선인 차별 반대' 등의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추도문 송부를 재개하라', '학살을 인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본 정부의 학살 진상 조사와 사과도 요구했다.
앞서 고이케 지사는 올해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면서 9월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大法要)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메시지를 밝힌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로써 고이케 지사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기간은 '8년 연속'으로 늘어났다.
3선 지사인 그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은 보내지 않았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과 중국인 약 800명이 살해됐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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