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해 한미일 공조 강화해야"
韓정부의 대일관계 개선 시도에 "정치적 측면서 평가받을 부분 있어"
'8·15 독트린'엔 "韓, 북한이웃에 희망의 등불 보여주길"
(서울=연합뉴스) 장동우 김동규 기자 =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의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주에 투자가 집중됐는데, 많은 의원이 한국 기업의 투자에 주목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데릭 모건 부대표는 2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모건 부대표는 "헤리티지재단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200야드(183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항상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이런 (미국 현지 투자) 활동이 한미 관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 부대표는 미국 내 한국 전문가로 꼽히는 앤서니 김 연구원과 함께 한국무역협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방한 기간 기업 관계자 등을 만나 교류할 예정이다.
모건 부대표는 "한미동맹 못지않게 한미 간 경제협력 역시 매우 강력하다"면서 대미 투자가 활발한 자동차 분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한국 브랜드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이 차들이 현지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욱 우호적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SK, LG, 한화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조지아주에 올해 4분기 완공 예정으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계획이다. 가동을 앞두고 현지 채용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조지아주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2023년 회계연도에만 조지아주 전역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투자와 1만2천605개의 일자리 창출을 발표했다.
모건 부대표는 "한국 기업의 투자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미국은 규제개혁, 세제개혁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좋은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 분야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모건 부대표는 조지타운대 법학 박사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리처드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데 대해선 "미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개별적으로 훌륭한 파트너"라며 "더 많은 협력을 추진하는 것에 긍정적이다. 3국이 합동훈련을 비롯해 더 많은 것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정치적 측면에서 평가받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건 부대표는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들이 작성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 한국 등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 확대 내용이 담긴 것과 관련해 "미국 보수주의 관점에서 한국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꼽는 국가"라며 "한미일이 서로 협력하고 부담을 나누며 강력한 동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에도 한국, 일본, 대만이 매우 강력하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고, 힘이 약해지면 침략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끔찍한 고통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북한과의 소통을 늘리려는 모든 노력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이 집무실에 한반도의 밤 위성사진을 걸어뒀던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문자 그대로 밝게 빛나는 빛이다. 번영을 이룩한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북한 이웃들에게도 큰 희망의 등불"이라며 "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부대표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판도에 대해서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전하며 "6개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대선이 정책 선거로 치러지면 더욱 바람직할 텐데, 지금 미국에서 가장 큰 이슈인 이민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기 '미국 우선주의' 강화에 따른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에는 "트럼프 정부 초기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8년만 놓고 보면 트럼프 집권기에 큰 전쟁도 없었고 실제로 세계 상황이 더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 모두 여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대선 이후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선 "가장 큰 물음표는 무역정책을 어떻게 풀어갈지"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 얼마나 더 공격적으로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 일본, 대만 등 강력한 동맹과 자유무역을 통해 동맹이 더 강해지고 미국도 더 강해지는 것이 전면적인 관세 부과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다양한 양자 무역협상이 재개될 것이며 양자 협상을 통해 더 많은 번영과 무역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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