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동 전문가…WSJ "바이든의 아프간미군 완전 철군 반대"
"해리스, 고든 정말 신뢰…해리스와 마지막까지 방에 남는 사람"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길 경우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할 인사로 필 고든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외교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61세의 유럽·중동 전문가인 고든 보좌관이 새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도에 따르면 고든 보좌관은 워싱턴 외교가의 핵심 가치인 동맹과 협력, 주권 보호,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 인권 보호 등을 신봉한다.
그에게는 실용주의자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데 이 때문에 기득권적인 사고에 비판적이며 회의에서 종종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중동 조정관을 지냈는데 당시 미국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시리아의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고 있었다.당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서맨사 파워 주유엔대사는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고든은 정권 교체 가능성에 비관적이었고 이 때문에 자주 충돌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을 결정할 때도 주의를 당부했다.
고든은 탈레반을 견제하고 난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작은 규모의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는 테러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미군이 잔류해야 한다고 봤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종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했다.
고든은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 개입했다가 실패하거나 문제를 더 악화한 사례를 보면서 미국의 힘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했고 이 때문에 대외 개입에 회의적인 관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시각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든이 미국의 국력을 해외에서 완전히 사용하는 것을 주저한다고 지적한다.
고든은 이란과 핵 합의를 지지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 정책을 비판했고, 이 때문에 공화당 지도부는 그가 약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고든이 미국의 무력 개입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는 1999년 클린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할 때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군을 내쫓기 위해 공습하는 방안을 지지했으며, 2013년에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화학무기로 1천400명을 살해하자 시리아 폭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해야 하며, 이웃을 침략한 러시아를 처벌해 주권 원칙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지낸 그는 러시아에 대해 강경하며 2018년에는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 제재, 가짜뉴스 대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곤란하게 할 정보 공개 등 "러시아와 새로운 냉전"을 위한 정책을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외교를 믿지만,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지는 않는다.
그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했을 때 케리 전 장관과 다른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어느 쪽도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브리핑했다.
그는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화해해 얻을 정치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고든은 해리스 부통령의 첫 대선 출마 때 합류했지만 당시에는 개인적 친분을 쌓지 못했다.
그러나 고든은 해리스 부통령의 부통령 임기 첫날부터 함께했으며 관계를 쌓아가면서 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에서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부통령이 그를 정말로 신뢰한다"며 "그는 부통령이 대통령과 회의에서 마지막까지 방에 남는 사람이 되기 전에 부통령과 회의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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