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엔비디아 급락…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줄줄이 약세
"잠깐 지나야 하는 과속방지턱" vs "한창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급락하면서 29일 국내 반도체 종목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황의 향방을 가늠하는 벤치마크로 여겨진다. 그만큼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증시와도 주가 연동성이 크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전장 대비 2천400원(3.14%) 내린 7만4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8단·12단 제품은 현재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000660]는 전장 대비 9천600원(5.35%) 급락한 16만9천700원에 마감하면서 삼성전자보다 낙폭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장중 낙폭을 7.38%까지 늘리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역대 최고가인 24만8천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와 비교하면 30% 넘게 빠졌다.
SK하이닉스의 장비 공급사로 역시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는 한미반도체[042700]도 전장 대비 9.45% 급락했다.
HBM 관련 중소형 종목인 피에스케이홀딩스[031980](-11.96%), 에스티아이[039440](-10.06%), 케이씨텍[281820](-9.27%), 테크윙[089030](-8.99%), 디아이[003160](-8.83%), 윈팩[097800](-6.29%), 미래반도체[254490](-6.08%) 등도 일제히 내림세였다.
엔비디아는 간밤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지난 2분기 300억4천만달러(40조1천785억원)의 매출과 0.68달러(909원)의 주당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8%까지 급락하다가 낙폭을 6% 안팎으로 일부 만회했다.
시장은 매출총이익률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하락하고, 시장 예상치 상회폭이 이전보다 줄어든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을 두고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개장하는 뉴욕증시 정규장이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선반영된 엔비디아 성장의 밸류에이션을 2026년 이후 미래까지 연장하기를 희망했으나 그 기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번 실적을 계기로 AI·반도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둔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단기 조정을 겪으며 이전만큼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지는 못하더라도 AI 산업에 대한 투자와 펀더멘털의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밸류체인에 포함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주도주 상승 추세 둔화 이후 후발주의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생산업체들의 HBM 출하 확대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우려와 달리 견조한 AI 수요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잠깐 지나야 했던 과속 방지턱"이라며 "새로운 AI 칩 블랙웰 지연을 기존 AI칩 호퍼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시장 주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한창 좋은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수요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해 향후 주가가 상승해도 엔비디아의 주도력은 약해질 전망"이라며 블랙웰이 호퍼 수요를 완벽히 대체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웰의 수율이 마스크 교체 후 기존 칩인 호퍼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다시 한번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비디아니까 TSMC니까 문제 없이 잘해 나갈 것이라고 무차별적으로 믿는다면 이는 종교에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며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의 9월과 10월은 계절적으로 단기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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