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국 베네수엘라가 인도한 듯…중미 이웃국, 우크라전 여파로 갈등 휘말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귀국길에 베네수엘라에서 실종된 우크라이나군의 콜롬비아 용병 2명이 알고보니 러시아에 체포·구금돼 재판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언론은 이날 자국 비밀경찰이 콜롬비아인 2명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군에 들어가 8~10개월간 전투를 벌인 것에 대해 신문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러시아 법원은 전날 이들 콜롬비아인을 러시아법과 국제법에 따른 범죄 혐의(용병)로 구금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 경찰의 조사 영상에 등장하는 이들 남성의 이름은 호세 메디나(37)와 알레한드로 안테라고 이들의 콜롬비아 친척들이 NYT에 확인해줬다.
퇴역 직업군인인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경유지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연락한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메디나는 아내 시엘로 파스에게 보낸 영상에서 군복을 입은 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카라카스로 가는 비행기로 걸어가면서 "베네수엘라로, 그리고 곧 콜롬비아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카라카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자신의 위치를 아내와 공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NYT는 러시아의 동맹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러시아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에 외국인이 들어가는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포로로 잡힌 외국인 용병은 처벌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메디나와 안테의 행방에 대한 콜롬비아 정부의 공식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중남미 이웃 국가로 경제적,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3선 확정 발표로 벌어진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직접적 비난은 삼가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원칙 준수를 강조했다.
콜롬비아 이체시대학의 중남미·러시아 관계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루빈스키는 콜롬비아 국민을 러시아에 인도한 것과 관련, 마두로 대통령이 콜롬비아 같은 중립적 민주주의 국가를 희생시키면서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와의 전통적 동맹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쟁 장기화로 병력이 부족해지자 외국인 용병을 모집해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법에 용병이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는 데도 지난해부터 쿠바, 네팔, 시리아 등에서 용병을 대거 모집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 출신들이 주로 가족 생계를 위해 용병으로 우크라이나전에 뛰어들고 있다.
반군과의 오랜 내전에 잔뼈가 굵은 콜롬비아 퇴역군인 수백 명은 한 달에 약 3천달러(약 400만원)를 받으며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상 다른 나라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하는 것이 합법적인지는 논란거리다.
메디나와 안테는 제네바 협약으로 금지된 용병의 정의에 부분적으로 부합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외국인 전투원이 정규군의 일원이고 자국민과 비슷한 급여 및 혜택을 받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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