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서 또 다른 전투 치르는 군인 출신 선수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024 파리패럴림픽 좌식 배구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예우헤니 코리네츠(27)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자신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코리네츠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인 동부 돈바스 지역에 투입됐다.
지난해 3월 23일, 참호에서 러시아군이 심은 지뢰가 폭발했다. 폭발로 그는 왼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고 결국 엉덩이 높이까지 절단해야 했다.
어렸을 적 수준급 배구 선수였던 코리네츠는 전 코치의 조언에 따라 좌식 배구에 도전했고 빠른 속도로 기량이 성장해 국가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달 30일 조별리그 경기에서 신장 246㎝의 거구를 둔 이란에 패했지만 그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조국을 대표해 자신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그는 3일(현지시간) 공개된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전쟁 중에도 우리가 우리나라를 위해, 그 명예를 위해 계속 싸울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카키색 군복을 입고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지만 불행하게도 다리를 되찾을 수 없다"며 "다른 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코리네츠처럼 군 복무 중 부상한 뒤 패럴림픽으로 삶의 새 목표를 찾은 이들은 르파리지앵 자체 추산 10여명에 달한다.
프랑스 대표팀 소속의 50m 공기소총 3자세 경기에 출전하는 장 루이 미쇼(41) 선수는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리우·도쿄 패럴림픽 카누 3관왕인 호주 커티스 맥그래스(36)도 비슷한 비극을 겪었다.
군인이었던 그는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뢰 제거 작전을 수행하던 중 폭발물을 밟아 두 다리가 절단됐다.
맥그래스는 "들것에 실려 응급 헬기를 기다리는 동안 동료들에게 '괜찮아. 나를 패럴림픽에서 보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2년 후 그는 세계 장애 카누 챔피언이 됐고 2016년엔 리우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그는 "이 사고로 내게 더 안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었기에 어떻게 보면 나는 운 좋은 사람"이라며 "나는 이 일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랑스의 좌식 배구 선수 시릴 샤분(38)은 전직 특수 낙하산 부대원이었다.
그의 특공대는 2016년 가을 이라크 모술에서 쿠르드족과 함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이다 드론 공격에 두 다리를 잃었다.
엘리트 군인 출신으로 뛰어난 스포츠맨이었던 그는 이후 장애인 스포츠로 눈을 돌려 좌식 배구를 접했다.
그는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프랑스의 이름을 드높이는 걸 좋아한다"며 "이 팀에서 나는 군대와 공통된 가치를 발견했다. 바로 결속력과 팀워크,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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