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기술 공유 규정 협정…주요 조항 10년 시한 폐기 합의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과 영국이 양국간 핵무기 협력을 규정한 양자 협정을 무기한 연장할 계획이라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의회에 '상호 방위 목적의 원자력 사용 협력을 위한 미국과 영국간 협정'(약칭 상호방위협정·MDA)에서 주요 조항의 만료 시한을 폐기하는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7월 29일 미 상·하원에 서한을 보내 비준 동의를 요청하며 "개정안에 명시된 프로그램이 공동 방위와 안보를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MDA 전체에 시한이 있지는 않지만 일부 핵심 조항에는 시한이 있다. 최근에는 10년 주기로 갱신돼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국이 추진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조항 내 시한을 삭제해 사실상 협정을 무기한 연장하자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개정안은 미국과 영국간 특정 장비와 물질의 이전을 허용하는 조항의 만료일을 삭제해 협정의 모든 조항이 무기한 지속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의회에 보낸 설명서에서 MDA 전체의 지속을 위해 일부 조항 만료일을 삭제하기로 했다며 "MDA에 따른 협력으로 영국은 큰 비용을 절감했고 상당한 상호 이익을 얻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58년 체결된 MDA는 양국이 핵 물질과 기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협정이다. 핵무기 및 핵무기 통제 이전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 협정은 미·영 동맹 관계의 주축으로, 특히 의존성과 기술적 통합 수준에서 핵무장국간 협정으로는 독보적이라고 평가된다고 FT는 전했다.
이같은 개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에서 핵 경쟁이 가속하고 미국과 영국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적대 진영의 군사 증강에 맞서 핵 억지력의 현대화에 나선 가운데 추진되는 것이라고 FT는 해설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산하 핵 감독 기관 예산은 향후 10년간 62% 늘어 1천억 파운드(약 17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의 핵 현대화 장기 프로그램에 연 750억달러(약 100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MDA는 핵 엔진 기술 이전도 규정하고 있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따라 핵추진 잠수함 건조 능력을 유지해야 하는 영국에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영국 싱크탱크 핵정보서비스의 데이비드 컬런 소장은 "핵 공유 약속을 영구적 기반에 두는 것은 양국 관계에서 상당한 변화"라며 "영국의 핵 억지력 현대화에 영구적 기반이 되고 오커스와 관련한 협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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