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습격에도 해외 순방…ICC 가입국 몽골서 환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거의 한 달째 이어지는 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감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2일(현지시간)엔 자신이 체포될 가능성이 있는 몽골을 전격 방문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몽골은 ICC 가입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한 국가로 ICC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몽골 정부에 푸틴 대통령을 체포해 ICC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5년 만에 방문한 몽골에서 체포되기는커녕 성대히 환대받았다. 몽골은 지난 2일 밤 11시께 도착한 푸틴 대통령을 위해 공항에 레드카펫과 의장대를 준비해놓고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은 3일 몽골 전통 텐트 게르 속에 마련된 특별한 회담장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며 가스, 석유,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해외 활동이 위축됐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 몽골 방문으로 본격적으로 보폭 넓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푸틴 대통령은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북한 등 ICC 미가입국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월 1일 열리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초청받았는데 멕시코도 ICC 가입국이다.
푸틴 대통령의 활동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본토가 습격받아 전투 중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6일부터 러시아 남서부의 접경지 쿠르스크주 공격에 나서 이 지역 일부 영토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의 기습에 푸틴 대통령은 위기를 맞은 듯 보였지만 태연하게 예정된 순방 일정을 연달아 소화했다. 지난달 18∼19일에는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 쿠르스크 상황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외면함으로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본토 피습으로 불안해진 러시아 내부 민심 달래기에도 나섰다. 아제르바이잔 방문 뒤 러시아 남부의 카바르디노-발카리야 공화국과 북오세티야 공화국, 체첸 공화국을 순방했고 이번 몽골 방문 직전에는 시베리아의 투바 공화국을 찾았다.
그는 투바공화국에서 "우리는 러시아 연방을 침범한 강도들을 처리해야 하고 우리 국경지대에서 불안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해결해야 한다"며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겠다고 언급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본토를 공격해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진격 속도가 빨라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몽골 방문 뒤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리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다.
오는 4∼5일 EEF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 알렉산다르 벌린 세르비아 부총리와 회담하며 해외 고위 인사들과 접촉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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