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 최대 규모 '리셋'…"국가제도 재구성, 대통령실도 변화 있을 것"
러 본토 급습 등 전쟁 중대 기로…코너 몰린 젤렌스키, '극약처방'으로 정면돌파 시도
'승전 청사진' 연계된듯…동맹외교·방산 담당 장관들 미리 사임
(베를린·서울=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가을 대반격을 위해 행정부 전반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에 나섰다.
장관의 절반 이상이 바뀔 것으로 전해진 이번 내각 개편은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미국에 곧 제시할 승전 전략을 떠받칠 통치체계 재구성으로 관측된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 장관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에는 올하 스테파니시나 유럽통합 담당 부총리,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 데니스 말류스카 법무부 장관, 루슬란 스트릴레츠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장관,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 겸 임시점령지역 재통합 장관 등 5명이 사퇴했다.
로이터는 이번 개각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0개월 만에 이뤄지는 최대 규모 정부 개편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앞서 장관 4명 사퇴 시점 당시 "우크라이나가 올해 초에도 경질 조치를 했으며, 이로 인해 내각의 3분의 1 가량이 공석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들 인사의 사임은 내각 전면 개편 조치의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인 집권여당 '인민의 종'의 다미드 아라카미야 의원은 장관의 절반 이상이 바뀐다고 밝혔다.
그는 "겨울 계절에 앞선 중대한 정부 리셋"이라며 4일은 해임, 5일은 임명이 이뤄진다고 일정을 설명했다.
로이터는 추가 사퇴 및 임명이 예상된다며 쿨레바 장관 사임안에 대한 의회 표결 절차가 4일 이뤄진다고 전했다. 다만 표결은 형식절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3일 저녁 연설에서 러시아 침공전에 맞서 조만간 단행될 전략 때문에 행정부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을은 우크라이나에 지극히 중요하다"며 "국가제도를 재구성해 우리 모두를 위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성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정부의 일부 부문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며 "구성 변경이 준비됐고 대통령실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대개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승리 계획'을 준비해 미국 등에 지원을 요청하려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유엔 총회 때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종전을 위한 향후 계획을 제시하고 논의할 계획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내용이 전달된다.
우크라이나의 청사진은 러시아를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압박해 전쟁을 끝내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여기에는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급습, 러시아 본토 더 깊숙한 곳에 대한 장거리 드론(무인기) 공격, 러시아 우방들을 동원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2년 6개월 넘게 지속된 소모전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는 국토 5분의 1 정도를 여전히 러시아에 점령당한 채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영토를 탈환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접경지에 있는 러시아 본토를 급습해 점령하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근처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가하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외적으로도 동맹과 우방에 확신을 줘야 할 예민한 시기에 직면했다.
서방 국가들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점점 큰 피로를 느끼고 있다.
특히 동맹국을 경시하는 성향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그대로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원들이나 정치 평론가들은 올해 여름부터 정부에 중대한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날 먼저 사임을 밝힌 인사 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투와 외교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던 이들이 있다.
스테파시나 유럽통합 담당 부총리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추진을 업무로 맡아왔다.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서스필네는 스테파시나 부총리가 기존에 맡은 업무에 법무부 장관의 업무를 통합한 더 큰 권한을 지닌 자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은 장거리 공습용 드론과 미사일 등 무기 생산을 주도해왔다.
그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국방 분야에서 계속 일할 예정이지만 역할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티슬라우 슈르마 대통령실 부실장도 정부 기관에 새로운 힘을 싣는다는 이유로 이날 해임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의 최고경영자인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도 지난 2일 해임됐다.
쿠드리츠키는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겨냥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때 드러난 발전소 방어 부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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